[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31일 2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가운데 '방송장악'을 둘러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소모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시대 강력한 헤게모니로 부상한 방은이 구(舊)적폐 대 신(新)적폐로 대표되는 이번 국정감사 여야 투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시작 전부터 구적폐의 몸통으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방송장악을 저격했고, 청와대도 국감 첫날 박근혜정권이 세월호 보고 시점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대변인 발표를 통해 보조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640만 달러 뇌물공여 의혹으로 고발하며 전말을 파헤치겠다고 나서는 등 문 대통령의 정책과 인사실패를 신 적폐라고 공격했다. 또 새정권이 들어설때마다 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인 청산프레임을 민주당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한국당은 최근 사퇴한 유의선·김원배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이하 방문진) 이사로 방통위가 지난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를 선임하자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날치기 폭거'라고 반발하며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까지 던진 상태다.
현재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EBS법 등은 여야 7대 6의 비율로 이사회를 구성해 '언론의 정치편향성'을 차단하고 있는데, 10년만에 여야가 바뀌면서 임기 만료 전 사퇴한 위원들의 추천에 대해 해석이 엇갈린 것이다.
한국당은 구(舊) 여권 추천 몫인 만큼 궐석인사에 대한 추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가 임기 만료 전에 사퇴한 것은 정권과 노조의 불법적인 퇴진 압박을 못 이겼기 때문으로 문재인 정권이 방송장악을 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으로 여야가 바뀐 현재 방문진 여당 추천인사 자리에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가 선임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과거 방송장악을 한 장본인인 한국당은 국감을 보이콧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장악과 관련한 한국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은 정기국회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초 법원이 MBC 김장겸 대한 체포영장 발부을 발부한 데 반발해 국회를 뛰어 나갔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일주일 만에 아무 성과 없이 복귀했다.
이번에도 한국당이 성과 없이 복귀할 경우 방송 문제와 관련한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일단 상황은 한국당에 불리해 보인다. 여소야대 국회지만 의석수 부족으로 보통 야3당 공조로 대여투쟁을 해온 한국당으로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참여 없이 국감 보이콧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7일 실시된 국정감사 역시 한국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 국정감사는 금태섭 민주당 간사의 진행으로 열렸고, 이진복·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과방위 국정감사도 열렸다.
특히 한국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 역시 국감에는 참여함으로서 한국당은 스스로 국감장에서 빠지는 이른바 '셀프 패싱(passing)'을 당했다는 평가다.
한국당은 30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행동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1월부터 예산정국이 도래하고 있고 보이콧 명분도 약해 이날 극적으로 보이콧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한국당의 보이콧 선언을 비판하며 국회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당의 보이콧 장기화가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통합으로 강력한 대여공세를 우려하고 있는 정부·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함께 반(反) 한국당 전선을 공고히 해 과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당시 펼쳤던 '한국당 고립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국감 이후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공무원 증원' 등 증세를 위한 세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문재인 정권의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동력이 확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