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계기로, 비슷한 ‘개혁 성향’으로 손꼽히는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개혁성향 대선주자에게도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개혁 이념의 ‘삼각편대’라는 소리를 들어왔는데 이 때문에 당으로부터 “나가라”는 말을 무수히 들어왔다.
정치권은 현재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현실화된 이후,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어떤 스텐스를 유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개혁성향에 가까운 두 대선주자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한나라당은 수구적인 이미지만 남아 대선에서 큰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커, 앞으로도 두 젊은 의원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22일 당 홈페이지에 ‘원희룡 의원에게’라는 제목의 편지형식 글을 올려 “손학규 후보가 떠난 자리에 서 있는 원희룡 의원, ‘썩 어울리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며 “지금이야 말로 궁색하게 변명할 게 아니라 손학규와 더불어 황량한 들판으로 뛰쳐나와 80년 그때를 서럽고 아프지만 당당했던 것처럼 행동할 때가 아닐 듯 싶네”라고 원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이어 “손학규보다 먼저 뛰쳐나왔어야 할 원 의원이 한나라당에 남아 손학규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은 원희룡 답지가 않아 보이네”라며 “구차하게 전두환에게 세배하고 광주에 가서 다시 참회하는 어리석은 누를 범하지 않기를 동료 의원으로서 그 때의 공기를 마시던 동지로서 권해 봄세”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강 의원(전남대 삼민투위원장)은 원 의원과 같은 386운동권 출신이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두 의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장개혁파들의 ‘침묵’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앞서 21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손 전 지사가 탈당했는데,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손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시베리아로 간다고 했는데, 시베리아에는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안방 아랫목에 앉아 있으면 따뜻한 것 같지만 땔감은 다 타고 있다”며 당에 남아있는 원희룡 고진화 두 의원의 ‘정체성’ 찾기를 사실상 촉구했다.
민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은 군정세력과 개발독재세력만이 남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그 당에는 그래도 소장개혁파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한나라당의 이런 과거회귀에 대한 소장개혁파의 침묵에 대해 이제 한나라당은 소장보수파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군정세력과 개발독재세력, 소장보수파 삼자의 트라이앵글은 암흑의 정치세력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으며 두 의원의 잔류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원희룡 의원은 손 전 지사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소장개혁파의 대표격인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은 탈당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또 다른 대선 예비주자인 고진화 의원만이 현재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기정 의원이 쓴 편지 전문
서브쓰리를 꿈꾸는 원희룡 의원에게
의원회관 726호 자네 방문에 붙어 있는 ‘나는 서브 쓰리를 꿈꾼다’는 포스터를 보면서 내 방인 738호로 오는 길이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내에 주파하겠다는 ‘집중과 몰입’을 보여주는 원 의원의 책을 보면서 지금 시기야 말로 ‘원의원이 역사에 대해 집중하고 몰입해 줘야 할 때다’ 말하고 싶네
격동의 80년대를 살아온 386세대의 한명이었던 원 희룡 의원! 원 의원 앞에 붙은 수식어를 찬찬히 보면 ‘진정한 보수’를 강조하며 개혁과 창조를 꿈꾸는 정치인 원희룡! 영특함과 두둑한 배짱으로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이 된 원희룡! 40대에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 원희룡!
이제 그 다음에 붙여질 수식어가 궁금하네.
신년 벽두에 전두환을 찾아 엉겁결에 세배하고 얼마 후 지지자들의 항의에 못 이겨 5.18영령 앞에 사죄하는 원희룡 의원일까? 또, 손학규의 빈 공간을 메우고 싶어하는 원희룡일까?
원의원! 한반도에 봄이 오는 소리가 내 귀에는 분명히 들리는데, 철책선 밑으로 흐르는 냉전의 얼음 녹이는 평화수 소리가 들리는데, 또, 한반도의 평화를 방해했던 미국의 네오콘 세력이 후퇴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이제 분명해진 것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의 뒤를 이을 삼세판의 평화의 전령사를 뽑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원의원이 더 잘 알지 않는가?
한나라당이 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아직도 있다고 믿는 건가?
내가 보기엔 아닐세. 그 일에는 원의원이 아니어도 수구냉전시대가 자연스레 막을 내리며 이뤄질 거라 믿네
원의원!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김원웅의원과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탈당한 독수리 5형제라 불리우는 김영춘의원등이 느꼈다는 ‘한나라당은 쳘벽이구나’란 생각을 손학규 탈당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네.
한나라당은 조금이라도 민주주의적이고 조금이라도 자유주의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말일세.
오늘 아침 김영춘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네.
“한나라당에 민정당 사람은 거의 없어졌는데 왜 한나라당이 개혁되지 않고 여전히 민정당 식인가? 뿌리 때문이다. 냉전뿌리, 독재정당의 뿌리. 손학규가 그 뿌리에 부딪혀 저항해 보다 물러섰는데 원의원도 빨리 부딪혀 보고 결단해야 한다”
한때 한나라당에 몸담고, 한나라당을 바꿔 보려던 김영춘 선배의 말에 무슨 생각을 느꼈는지 묻고 싶네.
원 의원! 손학규 후보가 떠난 자리에 서 있는 원희룡 의원!
‘썩 어울리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지금이야 말로 궁색하게 변명할 게 아니라 손학규와 더불어 황량한 들판으로 뛰쳐나와 80년 그때를 서럽고 아프지만 당당했던 것처럼 행동할 때가 아닐 듯 싶네.
손학규보다 먼저 뛰쳐나왔어야 할 원의원이 한나라당에 남아 손학규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은 원희룡 답지가 않아 보이네.
구차하게 전두환에게 세배하고 광주에 가서 다시 참회하는 어리석은 누를 범하지 않기를 동료 의원으로서 그 때의 공기를 마시던 동지로서 권해 봄세. 건투를 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