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논란]‘날치기 통과된 법’ 원죄…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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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논란]‘날치기 통과된 법’ 원죄…넘어설까?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4.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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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당한 오연천 총장 “법 질서 위반, 강력대응” vs 공대위 “근원적 책임은 대학”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진정 국면으로 향하던 서울대학교 법인화 추진 논란이 다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자체적으로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서울대학교 측과 설립준비위원회에 노조 인사 포함을 요구하는 노조·학생회의 대립이 거세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단독 날치기 처리로 국립대학교 최초 법인화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그 시행 과정에서 마찰을 겪고 있는 서울대학교 법인화 추진 논란을 조명해봤다.

법 통과 됐지만 준비위 설립 과정 중 마찰 발생
서울대 vs 노조·학생회…팽팽한 대립의 각 형성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절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1년간 국회 교육과학 기술위원회에 계류되어 오다 지난해 12월18일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 됐다.

이 법은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를 독립재단으로 바꿈으로서 학교의 인사, 재정 등의 모든 면에서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이다.

▲ 2월 15일 오후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대학기업화 반대,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를 위한 행동의 날' 문화제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안에 따르면 서울대는 법률 공포 1년이 경과하는 시점인 2012년부터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재단 법인으로 전환된다. 재단법인 설립 시 정부의 재정지원은 계속되지만 서울대학교는 채권 발행이나 교육, 연구 활동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 사업도 벌일 수 있다.

법안 처리 당시 야당은 물론 법인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온 학교 구성원들, 교육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됨으로써 정치권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내부에서도 갈등이 예견됐다.

또한 법인화에 반대해온 학내 구성원들은 법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는 법인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보도자료를 내 “서울대 법인화는 정부 조직이 갖는 경직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는 “법인화를 통해 그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기초 학문 발전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책무를 확대하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법안 처리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했다.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도 2011년 신년사에서 “‘자율과 책임’을 핵심 정신으로 하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설립은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고, 또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를 둘러싼 쟁점들과 우려들을 원대하고 슬기로운 미래의 가치로 승화시키는데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준비위원회 설립과정의 마찰

법안이 처리될 때부터 마찰을 겪었던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다시 설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서울대와 노조·학생회 간의 대립을 일으켰다.

서울대학교는 3월31일 학외 위원 8명(이홍구 전 국무총리,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CJ 대표이사 회장, 서정돈 성균관대 이사장, 안병우 전 충주대 총장, 서지문 고려대 교수, 송광수 전 검찰총장, 김 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사)과 학내위원 7명(오연천 총장, 박명진 교육부총장, 이승종 연구부총장, 이준규 평의원회 부의장, 노태돈 국사학과 교수, 문용린 교육학과 교수, 왕규창 의학과 교수)으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는 이날 오후 교내 행정관에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 구성관련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설립준비위에 노조인사를 포함시키거나 법인 설립 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는 노조·총학생회와의 마찰이 빚어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지 못했다.

노조와 총학생회 측은 총장실은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 오연천 총장이 13시간동안 감금된 후 다음날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점거농성과 관련해 오 총장은 4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서 “법 질서를 위반하는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교섭이냐 징계냐

▲ 서울대학교 오연천 총장(사진=뉴시스)
오연천 총장은 “지난단 31일 서울대 노조원들이 총장 퇴근을 저지하며 법인 설립준비위원회 참여와 발언권을 보장하고 법인 이사회에 노조 추천인사를 포함하라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법 질서와 절차가 침해된 상황에서 어떤 합의에도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나는 서울대 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서울대는 대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학장단 역시 같은 날 결의문을 발표하고 “대학사회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의사를 관철하고자 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 되서는 안 된다”면서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서울대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하는 원칙”이라며 대학 측 입장에 동의를 표했다.

반면 오 총장의 담화문에 대해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공대위는 “대학본부는 당시 노조와 교섭할 것처럼 해놓고 이제와 징계를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근원적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대위는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구성한 설립준비위를 해체하라”면서 “서울대 법인화 폐기 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음에도 대학 본부는 법인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설립 준비위 구성 역시 날치기로 처리하려고 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4월 2일 성명서를 내고 대학 측의 안이한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서울대법인화가 결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국공립대들의 문제, 나아가 남한의 교육 재편 전반에 대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법인화법 폐기,법인화 반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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