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경탁·송병승기자] ‘모험과 신비의 나라’ 잠실 롯데월드. 롯데월드 지하에는 잠실역과 롯데월드를 연결해주는 대규모 상가가 들어서 있다.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에 임대료를 내고 상가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이다.
최근 롯데월드 측은 상인들에게 “상가 리뉴얼 후 직영을 하겠다”며 상가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의 갑작스런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상인들은 대안을 요구하지만 롯데월드는 아직 ‘묵묵무답’이다.
24년 간 거친 세파 넘기며 상가 지킨 상인들에 “이젠 필요 없으니 나가라”
1,2층 수준 보상 요구한 지하상가 상인들, 롯데 “확정된 거 없으니 기다려”
잠실 롯데월드가 완공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9년 7월이다. 롯데월드 상가 상인들은 당시 약 5천만원~8천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각각 10평 정도의 매장 터를 분양받았고, 롯데월드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면서 20여년 동안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
이후 롯데월드가 서울권 최고의 놀이동산으로 발돋움 하면서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었고 지상 1, 2층과 지하1층 에는 약 500여 상가가 성업을 이뤘다.
소속이 달라서 보상이 안 된다?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는 올 1월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점포별 확장, 리뉴얼 방안을 확정했다. 전국 주요 매장들의 점포면적을 확대해 매장과 편의시설을 늘림으로써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포함됐다.
2008년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월드 1,2층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데 이어 지하상가 매장 운영권도 추가로 확보해 기존 백화점 매장과의 통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직선거리 130m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뉴얼 구상의 핵심이다.
문제는 리뉴얼 공사 후 기존의 분양상가를 직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 롯데쇼핑이 지상 1,2층 상인들에게는 일정금액의 보상금을 주고 매장을 회수했지만 아직 운영권이 넘어가지 않은 지하상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2009년 10월 롯데월드 1,2층 상가에 대해 그해 12월31일까지 매장을 비워달라는 명도이전 공고문을 보냈지만 실제 1,2층 상가에 대한 보상합의가 마무리된 것은 1년 반이 지난 올해 4월7일이었다.
대기업 입장에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일 수 있지만 그날그날 매상에 따라 소득이 오락가락하는 영세상인들 입장에서 1년 반은 피가 말라서 나가떨어지기에 충분한 시간.
1년 반 동안 1,2층 상가 상인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끌어오는 모습을 지켜본 지하상가 상인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닥쳐올 지난한 투쟁의 시간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참아달란 땐 언제고, 이젠 나가라?
그동안 롯데월드 상가 상인들에게 몰아닥쳤던 최대 위기는 1997년의 IMF구제금융 사태와 그 무렵 시작된 잠실권 재건축(2008년 초 완료까지 10년 가량 소요), 2006년 놀이기구 이용객 사망사고(2007년 1월부터 7월까지 놀이공원 전면 휴장 및 개보수) 등이 꼽힌다.
이 시기 상인들은 연체하면 높은 이자를 물리는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면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텼고, 매출보다 임대료가 비싼 상황을 견디지 못해 퇴점을 희망하는 업주들에게 롯데 측은 ‘재개발과 공사가 끝나면 매상이 오를 것’이라며 발목을 붙잡고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 재개발 공사가 마무리돼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돼 주변 인구가 늘어나고 롯데월드 재개장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등 길고 길었던 고통의 시간이 끝나가던 2009년 10월 롯데 측은 상인들에게 ‘퇴점’을 요구했다.
1년이 넘는 분쟁 끝에 롯데쇼핑이 맡은 1,2층 상가 상인들과 롯데쇼핑 사이에 합의가 성사되었고, 올해 4월7일 매장에 대한 명의 이전과 매장 철수가 이루어졌다. 이날 3개 매장이 보상금에 합의할 수 없다며 버티기는 했지만 현재는 1개 매장만이 잔류한 상태이다.비대위 “합리적 대안 마련 해 달라”
롯데월드 지하 매장은 10년에 한번 꼴로 리뉴얼 공사를 해왔다. 공사업체는 롯데월드가 지정해주고 공사비는 개별 업주가 부담하는 식이었다. 이번 리뉴얼에 대해서도 업주들은 반대하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과 잘 꾸며진 인테리어는 더 많은 손님을 모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은 리뉴얼 공사가 끝난 후 모든 매장을 임대료 매장이 아닌 수수료 매장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게 수입의 약 30%선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상인들은 자신들에게 조금 손해가 가더라도 수수료 제도로의 전환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과 함께 리뉴얼 공사 후 동일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기간에 대체매장을 보장해 주고 완공 후에는 기존 매장 운영권을 달라는 것이다.
또한 롯데 측이 리뉴얼 공사 이후 매장 운영권을 줄 수 없다면 매장을 철수함으로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것이라도 해달라는 것이 상인들이 제시한 2차 대안이다.
이 2차 대안에서 상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보상금 규모는 롯데쇼핑이 지상 1,2층 상인들에게 보상해준 수준인 현재 보증금(24년 전 입주하면서 냈던 5천~8천만원)의 2배와 9개월치 임대료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현재 신천 등 주변 상권의 상가권리금이 매장 당 2억여원에 달하는 상황이고, 기존 매장을 떠나 대체 매장을 구해서 가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이사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인들의 요구는 지극히 소박한 수준이다.
롯데월드 “아직 결정된 것 없다”
상인들의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해 운영주체이자 갈등 해결의 주체인 롯데 측의 입장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임대료 매장의 수수료 매장 전환 여부와 관련해 “임대조건은 정해진 것이 아직 없고 지하 매장도 롯데쇼핑 쪽으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우리 내부적으로는 결정된 부분이 없다”며 “임대차계약서 상에 계약 날짜가 만료됐기 때문에 보상금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비대위는 “롯데쇼핑은 합의금을 내주고 롯데월드는 임차인에게 소송의 끝을 보겠다는 행태를 보면서, 겉으로 상생을 이야기하는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롯데에 대한 외침이 공염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회의감이 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너무 보기 안좋습니다, 아무런 보상없이 내보낸다는건 말도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