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최저임금 인상 이후 외식·프랜차이즈업계 후폭풍이 거세다. 경기 불황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가격 인상의 기폭제가 됐으며 소비자들에게도 그 부담이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이 가운데 외식 물가는 2.7%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업종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즉각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은 영업주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커피빈,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배달료 2000원을 받고 있으며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본사 차원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큰 외식업체들이 즉각적으로 택한 조치기도 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300개 응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적용 2개월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월의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2.1%, 3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업체의 77.5%는 올해 최저임금 적용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고도 답했다.
고용감소와 근무시간 감축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식업체 1곳당 종업원 수가 평균 2.0명으로 지난해 2.9명과 비교해 약 1명이 감소했다. 특히 맛과 서비스가 주요 경쟁력인 외식업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근무 시간을 제한하고 값싼 비숙련 인력이 이를 대체할 경우 고객 만족도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직원 최서연(가명·22)씨는 “올해 초 연봉 계약 당시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급여는 동결하는 대신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이라고 통보받았다”며 “회사 매출이 좋지 않아 월급을 올려줄 수 없으니 일을 적게 하라는 것인데 당장 돈이 필요한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발 대량 해고·해직난도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무인·자동화 기술과 기계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외식업계 고용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외식업계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무인 주문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저숙련 노동자”라며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분을 가격 인상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거나 없을 경우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