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기업들 재발방지책·사회환원 인식 전무”
[매일일보 백서원 기자] 서산 대산지역 주민들이 주변 석유화학단지의 빈번한 환경오염 사고로 불안이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체들은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면서 지역사회 환원에는 무관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1988년 충남 서산시 독곶·대죽리 일원에 민간기업이 자체 조성하면서 터를 잡기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KCC 등 5개사를 포함한 70여개 기업에 1만5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공단 조성 30년 동안 해마다 성장하며 현재 40조에서 50조 수준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이들의 성장 속도에 비해 기업과 지역의 ‘상생’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28일 충남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산지역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5년 기준 일산화탄소가 1천714톤, 질소산화물(NOx) 2천313톤, 황산화물(SOx) 1만3천533톤에 달했다. 석유화학단지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는 가운데 업체들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롯데케미칼 대산 BTX공장은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벤젠은 본드 용해제나 화학적 오염물 제거제 등에 쓰이는 발암물질로 만성 누출될 경우 골수 줄기세포를 파괴해 혈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가동을 멈춘 노후 배관에서 벤젠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5월 LG화학 대산 공장에선 수차례 굉음과 함께 굴뚝으로 연기가 1시간 가까이 분출됐다. 당시 연기와 함께 날린 검댕은 인근 마을 논과 밭에 떨어졌다.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이들 기업들은 사고 발생 뒤 미흡한 수습으로 재차 도마에 올랐다. 주민들은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별다른 개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 역시 “(사고를 낸) 기업 측에서 뚜렷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 피해 해결과 함께 사회공헌 문제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산은 울산·여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지만 기업들의 사회환원 노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200억 원을 투자해 울산대공원을 조성, 시민들에게 쉼터로 제공했다. 여수시는 GS칼텍스가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종합문화예술회관 ‘예울마루’를 건립하고 매년 운영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반면 대산공단 입주기업들은 생색내기 사업만 내놓는 탓에 주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우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저감시설 설치에 적극 나서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국은 인근 환경오염도를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주민들도 기업과 사회의 상생을 바라는 만큼, 실질적 협력을 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