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신입직원인 고 김용균씨가 화력발전소의 연료인 석탄을 운반하는 벨트컨베이어에 끼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산업안전법 개정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근로감독 강화를 천명하고 곧 법개정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라고 정치색이 있는 주장을 내놓고 있고, 한국전력, 서부발전 등 원청사는 2인 1조 작업투입 등의 대안제시로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원청사의 책임과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산업안전법을 국회에서 통과하게 될 테고, 정부는 설비의 안전점검을 통하여 취약개소를 보완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산업계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최근 3주 사이에 50명이 사망하였고, 연간 산재사고사가 1천명에 이르며 산재사망률은 영국의 18배, OECD 국가 중 가장 위험한 일터라고 한다.
국민소득 3만불, 경제규모 세계 10위 권의 국가에서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고, 정치권이나 정부, 원청사가 제시한 해결책을 잘 시행한다면 과연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사라질까?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한 바에 의하면 단언컨대 일시적인 관심사가 될 수는 있고, 약간의 사고가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은 될 수 있어도 현재 제시되고 있는 이런저런 방식의 접근방법은 전문가다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 관련 법과 제도의 보완, 작업자의 안전의식 함양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위험작업에 복수작업조 편성 등 근무제도의 개선 등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정치권과 정부와 원청사의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으로 생각되고 이를 위한 노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과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OECD 국가와는 여전히 차이를 보일 것이고, 사고는 줄일 수 있더라도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안전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국가에서는 법과 제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는 달리 설비안전에도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Fail Safe”와 “Fail Proof” 개념의 도입 적용이다. 즉, 설비가 고장이 나더라도 작업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는 일이다. 안전사고의 발생 개소로는 협착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점과 가스 중독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지역으로 분리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위험점은 근본적으로 작업자와의 접촉이 차단되어야 한다. 위험점을 덮어서 봉쇄하던가 작업자와의 안전한 이격거리를 확보해야만 한다. 접촉할 수 없으니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
위험지역에 작업자가 진입한다면 최소한 경보는 울려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위험지역에 작업자가 진입할 경우 설비는 멈추어야 한다.
투자비가 상승하고 작업효율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숙련된 작업자를 사고로 잃었을 때의 기회비용이 투자비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고, 안전한 상태의 작업 수행은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도 있고, 산업현장에서 직접 확인도 되고 있다.
위험설비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제작, 설치 단계에 이르기까지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가동할 수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만약 기왕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라도 OECD국가의 안전 매뉴얼 수준에 버금가도록 이를 보완해야만 한다.
안전에 대한 범국가적인 의식전환과 접근이 어렵다면 앞의 보도에서 보듯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 발생이 영국의 몇 배가 되는지를 또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