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를 요새 마약 사건들이 흔들고 있다. 강남 클럽 버닝썬이 실상 마약소굴이었다는 충격적 뉴스가 나오더니 김학의 사건에서도 마약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며칠간의 대치 끝에 해당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유시춘 EBS 이사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유 이사장은 대마초 밀반입으로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30대 후반의 아들을 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가 어차피 영화감독이니까 남들이 흔히 할 수 없는 경험 했다고 치고 이제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약 밀반입 범죄자라는 낙인을 젊었을 적 경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교육방송의 책임자인 것이다.
물론 아들의 상황을 어찌할 수 없어 답답한 부모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인터뷰의 맥락을 살펴보면, 문제의 발언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기 힘들어진다. 유 이사장은 대법원의 최종선고까지 난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법부의 오판이라고 봤다. 그는 “1심에서는 무죄인데 똑같은 증거, 똑같은 사안을 두고 2심은 다르게 본 거다. 대법원이 상고이유서를 안 읽은 것 같다”고 했다.
대법원의 선고까지 부정하는 마당에 아들을 기소한 검찰이라고 그냥 넘어갈리 없다. 그는 “이 사건 관련 검사가 좀 괘씸했다. 왜냐하면 지난 정부 때 7년 동안 국정원 파견됐다가 돌아온 검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민가협 총무를 하고 인권위에서 일해 봐서 ‘메이드 인 국정원 간첩’을 많이 안다. 그 사람들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며 비참한 삶을 사는 걸 많이 봤다. 그게 막 떠올랐다. 유오성 간첩 사건도 그렇게 된 거 아닌가. 납북하고도 무죄 받은 것들 다 국정원에서 만든 거다. 괘씸한 마음이 들어가지고 감찰도 좀 청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온 말이 “그러다 아이가 어차피 영화감독이니까 남들이 흔히 할 수 없는 경험 했다고 치고 이제 마음을 다스렸다”는 발언이다. 마약범 3년형을 두고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하긴 힘든 ‘경험했다고 치자’라는 말은 결국 ‘재판 불복’이라는 전제 위에서 나온 것이다.
유 이사장의 문제 발언은 그가 현 정부를 지탱하는 진보진영의 대표 인사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유 이사장은 인사검증 논란과 관련해 “사실 청와대에 후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조현옥 (인사)수석도 따지고 보면 후배다. 누구라고 밝히진 않겠는데 걱정이 돼서 2심이 끝나고 3심 판결 내리기 전쯤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2심에서 이렇게 됐다. 그런데 이거 잘못됐다. 무죄다. 1심이 맞다.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모르고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알고 있으라고 내가 일러준다. 3심에서 잘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청와대에서 “알겠다. 잘하시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EBS 이사장 자리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청와대에 있다는 유 이사장의 후배들도 유 이사장과 같은 인식을 하고 있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