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탄압, ‘청와대’ 지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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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탄압, ‘청와대’ 지시 있었다?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07.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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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장은 수차례의 청와대 지시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동’한 모습 보였다”

[매일일보닷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청과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평화적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배후’에는 다름 아닌 “청와대가 있었다”는 주장이 한 언론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이후 ‘절독 운동’, ‘광고주 불매운동’ 등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통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정부가 하루 전인 22일 한진희(57) 서울경찰청장을 경찰대학장으로 보내는 등 경찰청 인사를 전격 단행한 것과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려 “서울청장은 수 차례의 청와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 대응에서 ‘복지부동’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정부는 22일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을 경찰대학장으로 보내고, 후임에 김석기(54) 경찰청 차장을 내정했다. 촛불시위에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석기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경북 영일 출신으로 대구 대륜고·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간부 후보 27기 출신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모양새는 전보(轉補) 인사이지만 실상은 촛불 시위 진압을 책임진 서울청장에 대한 경질로 비롯된 인사”라면서 “서울청장은 수 차례 청와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 대응에서 ‘복지부동’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진희 서울청장이 지난 3월 7일 취임한 이후 4개월 보름 만에 물러나게 된 까닭은 청와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자칫 해석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의혹 속에서 새로운 논란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가 '부드럽게 시민들을 대하라'는 지시는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또 “서울청장 교체는 촛불시위 대응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문책 인사”라며 “서울청장이 이번 촛불시위에 대처하는 데 청와대와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경찰청 사이의 ‘불협화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청와대는 ‘원칙’을 요구했고, 경찰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정도로 해석되고 있어, 이 또한 지난 몇 개월 간 보여준 경찰의 도를 넘어선 강경진압이 청와대가 봤을 때는 ‘불만족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오해도 낳을 수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비폭력으로 저항한 시민들을 향해 80년대식 강경진압이 불만족스러웠다면, 도대체 정부가 원하는 시민들을 제압하는 방식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이 같은 청와대의 심기를 의식(?)한 듯, 김석기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촛불시위가 갈수록 과격폭력 양상을 띠면서 불법의 일상화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며 촛불시민에 대한 강경진압 의지를 내비쳤다.

일단 경찰청은 보직이 바뀐 것과 관련, “두 달 이상 일선의 촛불시위 대응을 지휘해온 한진희 전 서울청장이 최근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보직변경을 건의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 측 주장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경찰청이 알아서 자세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한진희 전 청장 본인이 보직변경을 요구했다고 하지만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한 전 청장이) 촛불집회 때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지 않고 ‘오락가락’했다”면서 “한 청장이 어 청장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민들은 늘 한결같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지만, 어떤 날은 강경진압을 통해 시민들의 피를 흘리게 했고, 또 어떤 날은 평화적으로 경찰이 맞대응해 시민들로부터 오락가락한 경찰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결국 이런 까닭에 일각에선 촛불집회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하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촛불집회에 일관되게 강경대응하지 않았다며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을 경질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원칙론’ 속에서 국민 다수의 바람과 반대되는 행동을 통해, 청와대의 고집과 오기를 끝까지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최중경 차관을 경질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경찰판 대리 문책’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최근 경찰이 보여준 어이없는 행태에 대해 경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한국 경찰의 인권의식이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등 ‘1980년대의 공안경찰로 돌아가는 듯한’ 경찰에 대한 세간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임시방편 측에서 부랴부랴 인사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설득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동생 비판보도에 대한 삭제요청, 촛불시위에 진압에 공을 세운 385명의 실무 경찰 포상, ‘경찰기동대’란 이름의 ‘백골단’ 부활, 엠네스티의 촛불집회조사에 대해 법적조치 운운으로 국제적 망신 등 노무현 정부 시절과 전혀 다른 행보로 인해 국민 상당수는 현재 총체적 책임자인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거듭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25일 논평에서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의 인사는 경찰의 황당한 행태 중 압권”이라면서 “촛불집회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하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촛불집회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며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을 경질한 것이 사실이라면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올림픽 금메달감”이라고 비난했다.

어쨌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향후 시민들의 평화적 촛불집회는 경찰의 강경진압에 따른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이로 인해 어청수 청장의 해임 및 현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어기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두들기고 물대포로 진압한 일선 경찰들에 대해 징계나 처벌은 커녕 잘했다고 표창을 주겠다고 한다”면서 “경찰의 어이없는 행태는 이 뿐만 아니다. 시위진압에 ‘메가톤급 폭발력’을 발휘하는 직업경찰로 이루어진 경찰기동대이자 체포전담조인 일명 ‘백골단’을 30일 부활시킨다고 한다. 백골단의 부활은 80년대 공안경찰로의 복귀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최근 달라진 행보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일제시대 때 경찰은 ‘앞잡이’ ‘매국노’라는 수식어 속에서 ‘순사(순경)’이라고 불렸는데, 요즘 인터넷 상에서 경찰은 犬찰로 불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각종 흉악 범죄가 난무하면서 시민들이 연일 불안에 떨고  있고 이로 인해 포털사이트 사건사고 란에는 기상천외한 범죄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세종로 사거리로 집결해 혈세를 낭비하며 이른바 수십대의 ‘닭장차’에 시동을 걸어놓은 채 기름을 마구마구 소비하면서 경찰이라는 존재는 오직 두 눈 부릅뜨고 청와대만 지키고 있다는 비아냥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국민을 오히려 공포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결코 권력에 빌붙은 경찰을 공포스러워하거나, 굴복하지는 않을 것 같아 자칫, 청와대의 나몰라라 함 속에서 국민과 경찰 간의 한판 대 승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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