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킬러’ 성불구자에 짓밟힌 20대 간호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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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킬러’ 성불구자에 짓밟힌 20대 간호사의 꿈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9.19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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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잔혹’ 살해…피의자 이씨, 성불구 된 후 성도착증 생겨

보건교사 꿈 쫓아 고향 떠났다가 1년 반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범행은폐 위해 사체에 세제 등 뿌리고 피 묻은 옷은 세탁까지

[매일일보닷컴] 보건교사의 꿈을 품고 있던 김모 간호사(22・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형병원에서의 실전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지난해 봄, 난생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올라와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그녀의 첫 직장은 수원에 자리 잡고 있는 A대학병원. 상냥한 성격덕분에 김씨는 환자는 물론,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독차지 하는 착하고 성실한 ‘백의의 천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지난 6일 아침 자신의 자취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흉기에 의해 온 몸을 난자당한 잔혹한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착하기로 소문난 김씨가 이렇듯 참혹한 변을 당한 것일까.

수원 중부경찰서는 지난 13일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이모(38・남・일용직노동)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일 오전 1시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피해자 김씨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 침입해 김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 흉기로 수십 회 찔러 숨지게 한 뒤 시계・디지털카메라・휴대폰 등 1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취방에서 흉기로 난자당해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 당일 집에서 혼자 술을 먹다가 산책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 피의자 이씨. 살짝 취기가 올라있던 이씨는 밤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던 20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 김씨를 보자 성욕이 끓어올랐다. 평소 “같은 여자라도 20~30대가 즐기기에(?) 최고”라는 게 지론이었던 그였다.

이씨는 성욕을 잠재울 요량으로 김씨의 뒤를 몰래 쫓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김씨의 집 앞. 김씨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재빠르게 김씨에게 다가간 이씨는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친 후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수법을 이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낯선 이의 갑작스런 등장만으로도 태연할 리 만무한데 자신을 추행하려는 낯선 남자의 손길이 무섭고 두려웠을 것은 당연지사. 김씨는 있는 힘껏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늦은 시간까지 남의 일에 신경을 써가면서 도움을 줄 이웃은 없었다.

이와 관련 이씨는 경찰에서 “김씨가 소리를 지르는 등 반항을 심하게 했다”며 “주변 이웃들이 비명소리 때문에 깰까 두려워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할 생각으로 주방에 있던 칼로 김씨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보통 인간의 심리라는 게 붉은 피를 보면 두려움에 떨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씨는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김씨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준 뒤 보다 편하게(?) 성폭행 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바람과 달리 김씨의 저항은 줄어들지 않았다. 김씨는 피를 흘리면서도 이씨를 피하기 위해 밀폐된 작은 원룸에서 필사적으로 도망 다녔다.

이에 화가 난 이씨는 김씨의 몸 여기저기를 흉기에 닿는 대로 무자비하게 찔렀고, 결국 꽃다운 나이였던 백의의 천사 김씨는 성범죄자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다 생을 마감했다.

범행현장서 피 묻은 옷 세탁하는 여유로움까지…

▲ 사진과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가족들은 전남 여수에, 연하의 남자친구는 군대에 있어 자칫 뒤늦게 알려질 뻔한 김씨의 죽음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께 직장동료 B씨(22・여)의 신고로 드러나게 됐다.

B씨는 경찰에서 “아침 일찍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아 집으로 찾아갔는데 현관은 열려있고 친구는 벌거벗겨진 채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발견됐을 당시 사체에는 세탁용 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이 뿌려져 있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방 안에서 피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쉽게 적발될 것 같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세제 등을 뿌리고 이불로 덮었다”고 진술했다.

또 피 튀기는 전투(?)를 치르는 동안 피가 묻은 자신의 옷을 벗어 김씨의 세탁기로 세탁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김씨는 젖은 자신의 옷을 비닐봉투에 담고, 대신에 A양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디지털카메라 등 금품을 챙겨 유유히 범행현장을 빠져나갔다.

“정서공감 능력부족으로 죄의식 못 느껴”

이 같은 이씨의 범행은 주택가 골목에 설치돼 있던 CCTV화면과 주변의 탐문수사, 첩보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던 중 드러나게 됐다. 수사결과 피의자 이씨는 김씨의 집에서 불과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범행현장에 남아 있던 김씨의 것이 아닌 또 다른 혈흔이 이씨의 것과 일치함을 DNA 조사결과 밝혀내고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에게 성폭행을 가하려고 했던 이씨는 사실 성불구자였다. 그렇다면 이씨는 왜 김씨에게 욕정을 품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던 것일까.

이에 대해 이씨는 “7~8년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그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증을 앓고 있다”며 “발기가 되지 않는 이후로 성에 대한 욕구가 더 커졌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성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심리가 반대로 작용해 과도한 성도착증을 낳게 된 것.

한편 ‘성범죄자들은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과 자기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부족하다’는 심리학자들의 보고처럼 이번 사건의 피의자 이씨 역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이씨는 정서공감 능력이 결여된 상태로 심리분석 결과, 웃는 얼굴과 찡그린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만 충실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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