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국무총리 소속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조사인력의 절반을 지원부서로 전보조치하면서 사실상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는 지난해 11월21일 본회의에서 위원회의 존속기간을 올해 6월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위원회가 존속기간 연장사실을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이었는데, 이튿날인 28일 인사발령에서는 조사 1과와 2과에서 조사관 4명씩 모두 8명을 지원부서로 발령하고 공석이 된 조사관 자리를 보충하는 인사조치는 하지 않았다.
조사과 소속 조사관들은 지역별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연구·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보고서를 발간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전까지 조사1·2과에는 과장을 포함해 9명씩 근무했으나 이번 인사로 조직이 반토막이 나면서 사실상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위원회 내부에서는 “아직 업무기간이 반년이나 남았고 진행 중인 조사 업무도 많은데 활동 자체를 포기하고 이제부터 문 닫을 준비나 하겠다는 뜻”이라는 반발이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원부서는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으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이들이 실제 피해자인지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민원 부서여서 업무 성격이 다르다. 위원회는 이들 조사과에 소속한 박사급 전문계약직 2명의 재계약 여부도 지난해 마지막 날에서야 통보했다고 한다.
위원회의 소속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되어있지만 실질적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6월 말 이후 추가 연장은 없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로 전해진다.
조사 1과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동원됐다 현지에서 사망한 피해자들의 묘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골 봉환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내외 강제동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해 온 2과는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업무를 확대하라는 지침까지 받았다.
한편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박인환 위원장은 “업무를 연장하면서 인원 30% 감축을 조건으로 국회 동의를 얻었고 행안부가 조사 1·2과 폐지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라 조직 형태라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시적 조직인 위원회의 정규기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 11명이 발의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와 유해봉환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활동 기간이 제한된 현 위원회의 위상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지원위원회’라는 이름의 정규기관으로 격상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