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효인 기자] 금호석유화학 전 임직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하청업체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하고 리베이트 대납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9년 7월~2010년 2월까지 하청업체에 115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하고, 리베이트 대금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금호석유화학 전 임원 1명을 입건하고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협력업체 대표와 법인 관계자 등 20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금품제공 등) 혐의로 입건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3월 창호 자재 개발•생산•시공을 목적으로 건자재 사업부를 신설했지만 당시 본부장이였던 지모 상무와 직원 2명은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하청업체에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했다.
발행된 허위 세금계산서는 하청업체의 채무로 연결돼 거래 금액 모두를 하청업체가 부담해야 했다.
또한 2009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지역주택조합건설 등 3개 건설 공사와 관련, 재개발 조합장 등에 대한 리베이트 5억5000만원 가량을 3개 하청업체에 부담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금호석유화학의 다른 10여개 하청 업체에서도 아파트 창호공사 시공권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2009년은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경영권 공백이 생겼던 시점으로 당시 대표이사로 기옥 전 사장과 박삼구 회장이 재직 중 이였다"라며 "해당부서 본부장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협력업체의 제보를 받고 내부감사를 통해 2011년 말, 부당거래를 확인하고 당사자를 징계 해고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의 특성상, 거래내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추후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지난 시점에서 지난해 10월 경찰청에 제보가 들어와 조사가 진행되고, 금호석유화학이 115억원의 허위거래와 거액의 리베이트 대납이 이루어져 하청업체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내부인사 조치만 취하고 경찰ㆍ검찰에 고발 등의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이번 사건 제보는 금호석유화학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리베이트 대납 등으로 하청업체가 지게 된 채무를 금호석유화학 측이 직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에 하청업체들이 분노하여 사건 수사가 진행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이 창호공사 수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행위에 가담하게 됐지만 이에 대한 형사적 처벌 및 행정적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되어 그 피해가 더 가중될 것"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대기업 횡포에 대한 하청업체 및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