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북한이 남침하면 미국이 당장 핵무기로 대응하진 않겠지만,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있고, 실제로 사용한다면 미국도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점을 북측에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스 회장은 17일(현지시각)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 “만약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일단 주한미군 2만8000명이 있어 초반엔 재래식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즉각 핵무기로 보복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대니얼 플레트카 외교국방정책 담당 부소장도 “미 국방부는 북한이 향후 수년간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진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미 정부가 이런 판단에 머물러선 안 되며 더 큰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플래트카 부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를 축소했고, 미군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는 아시아 우방들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거나, 중국과 충돌이 벌어졌을 때 미국이 그들을 위해 현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의 외교국방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핵공격을 위협했지만 그건 새로운 일이 아니”라면서 “정말 새로운 것은 놀라울 정도로 공격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생어 기자는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필리핀에 도달할 정도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물론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북한 미사일이 미국을 강타하기엔 절반 거리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 국방부가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려는 북한의 노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척되고 있음을 감안,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 계획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의 행동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어 기자는 이어 “오랫동안 핵무기 획득을 추진해온 이란이 북한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우려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이란보다는 북한이 주는 위협이 더 임박하고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스 회장은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한반도가 북한이 아닌 한국 주도로 통일될 것이기 때문이며, 이 점은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전쟁 도발을) 재고하게 만들 것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앞서 1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크게 발전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서부 알래스카에 미사일 방어용 요격 미사일 14기를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요격 미사일은 2017년까지 추가 배치될 예정이며, 총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미국의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은 현재 서부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에 4기 등 모두 30기가 배치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헤이글 장관의 발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이나 소형 핵탄두 개발 속도보다 앞서겠다는 의도”라고 해설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