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강준만 교수는 강남 상류층 또는 그에 준하는 삶을 살면서도 입으로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지는 운동권 인사들을 ‘강남좌파’(江南左派)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어느덧 강남좌파라는 조롱은 더 이상 이들에게 부끄러운 단어가 아니게 됐다. “좌파라고 해서 잘 살지 말라는 법 있느냐” “잘 먹고 잘 살면서도 한국사회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폄하하지 말라” 등 자기방어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이 논리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잘 먹힌 듯하다. 그래선지 노무현 정부 2기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도 강남좌파가 넘쳐난다. 게다가 조국 사태 와중에도 이 방어논리는 ‘종합적으로’ 잘 작동했다. 그 결과, 여당은 총선에서 압승하고 임기 후반기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지지율이 고공 행진했다.
그런데 부동산으로 인해 강남좌파의 방어논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은 반드시 정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저는 좀 부정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치적으로 성공하면 대통령 임기동안 인기를 누리며 높은 지지를 받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정책적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적 평가는 주로 임기 후에 내려지니까요. 지지도가 높으면 정책적 실수에 대해 관대하게 되고 참모들도 해이해져서 다 잘하고 있는 걸로 착각할 수 있거든요.”
조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현 정권 담당자들의 ‘전문성 부족’에 돌렸다. 또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도 했다. “과거 오랫동안 성공한 방식이기에 아직도 그것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도록 이미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그 결과 성공신화가 적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집값 안정시킬 의지가 없어서 부동산 정책을 이렇게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조 교수 스스로도 이렇게 말했다.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나...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의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조 교수가 문재인 정부 내 다주택자를 비판한지 얼마 안 돼 청와대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 다주택자 참모들을 향해 이달 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강력 권고했다. 사실상 ‘아파트를 팔든지 아니면 청와대를 떠나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그런데 정작 노 실장부터 ‘반포 대신 청주’ 해프닝을 벌였다. 이쯤 되면 강남좌파를 넘어서 강남불패 정권이 아닌가. 이미 이들은 강남 기득권 그 자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