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임대주택 행사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LH)가 인테리어 비용에만 40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주택은 문 대통령이 13평 아파트에 4인 가족이 거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야권과 언론, 청와대가 공방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 신도시의 공공임대주택 2채 인테리어에 4290만원이 지출됐다. 해당 주택들은 보증금 약 6000만원에 월 임대료 19만~23만원가량이라고 한다. 보증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집 꾸미기에 사용해놓고 '이제 공공임대주택도 이렇게나 살기 좋은 곳'이라고 선전한 셈이다. 또 현장 방문을 위한 행사대행 용역계약금에는 예산 4억1000만원이 사용되면서 총 4억5000여만원이 지출됐다고 한다.
물론 LH 측의 반박을 무시할 수는 없다. LH는 구조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을 하지 않았으며, TV·냉장고 등 가전과 침대·테이블 등 가구 모두 구입하지 않고 임시 대여 한 것이라고 했다. 또 행사비용 4억1000만원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대전 당선작 모형 제작, 공공임대주택 홍보 영상물 제작 등에 사용된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고 했다. 논란의 실체에 김 의원 측의 주장이 더 가까운지 아니면 LH 측의 해명이 더 가까운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주택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정확한 비용이 얼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현실을 호도하려 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 측은 "대통령이 방문한 주택은 주민들이 사는 집 형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이벤트"라고 했다. 실제 해당 아파트는 지난 8월 완공 이후 거의 매달에 한 번씩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물까지 새면서 입주민이 고통을 겪어왔다고 한다. 실상이 이런데도 대통령까지 나서 환상 속의 임대주택 이미지를 선전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오죽 했으면 정의당도 '과장된 쇼룸'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미덕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했다. '눈 가리고 아웅', 이번 논란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이번 논란을 보면, 공공임대주택 드라이브가 대통령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벼락치기 쇼룸'에서 현실과 동 떨어진 발언을 할 동안 바로 옆집에서 집값이 부담돼 좁은 주택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더 이상의 실망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