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LG화학 등은 정상 가동… “예의주시”
‘세계 공장’ 中 GDP 하향 조정, 글로벌 악재 우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우리나라 산업계가 중국 전력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전력 공급 제한 지역에 현지 공장을 둔 기업들로서는 시시각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 공장이 있는 포스코,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현재 중국의 전기 공급 제한 정책은 각 성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공장이 위치한 각각의 성마다 전기 공급 제한 정책을 면밀히 파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각 성의 산업용 전기 제한 정책은 업계 분야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가장 먼저 공장 가동 중단 명령을 받은 국내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17일부터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에서 운영 중인 장가항포항불수강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하루 약 3000톤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철강 분야는 다른 업종보다 비교적 엄격히 전기 제한을 받고 있다.
반면, 같은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의 경우에는 차질 없이 정상 가동 중인 상황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출범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사 (공장) 오퍼레이션(가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며 “아무래도 반도체라고 신경을 써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LG화학 양극재 공장도 정상 운영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우시 공장은 현재까지 문제없이 정상 가동 중이다”며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삼성디스플레이 등 현지 공장도 현재까지 별다른 제한 없이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베이징 1·2·3공장, 창저우와 충칭 등 중국 내에 5개 공장이 있다. 기아는 장쑤성 옌청시에 3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동관과 톈진에서 현지 공장은 운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정상 가동 중이다.
문제는 현지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개별적인 기업들의 직접적 피해보다는 ‘세계 공장’ 중국이 흔들리면 글로벌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요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전력난 사태는 불확실성을 높여주는 위험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산업용 전기 공급 제한을 받고 있는 지역은 중국 23개성 가운데 절반 가량인 10여개 정도다. 이 중에서 장쑤성과 저장성, 광둥성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공업지대다. 이 3개성의 지난해 GDP 합계는 28조위안으로 중국 전체(101조위안)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전력난 사태로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8.2%에서 7.8%로, 노무라증권은 종전 8.2%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공급망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의 협력업체 CWTC는 쑤저우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쿤산의 반도체제조업체 ASE쿤산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애플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대만 유니마이크론 장쑤성 쑤저우, 쿤산 공장도 가동 중단했다.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증대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직접적 피해가 크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