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 열리면 상쇄돼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정부가 26일 내달 12일부터 역대 최대폭인 20% 유류세 인하를 단행하기로 했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이 계속될 경우 인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제 유가는 역사상 세번째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류세 20% 인하시 휘발유 9~10%↓
휘발유의 경우 현재 1리터를 구매할 때 리터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약 746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유류세가 20% 인하되면 휘발유는 9~10%, 경유는 7~8% 정도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는 이달 셋째 주 전국 평균 가격인 리터당 1732원에서 1568원으로 164원 내려가고, 경유는 1530원에서 1414원으로 116원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지역도 리터당 1809원에서 1645원으로 9.1% 낮아져 다시 1600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하순돼야 인하 효과 체감
이 같은 하락 효과는 내달 하순이 돼야 체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분은 우선 공장도가격에 반영되므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려면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한 즉각적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시중 주유소 공급을 서두르는 등의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다음 주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유통과정에서 주유소 선택에 따라 유류세 인하분이 가격에 전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집중적으로 현장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20달러 오르면 효과 상쇄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 인하분이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7.4원이 오른다. 지난 25일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인 1169원을 기준으로 국제 유가가 22.3달러가 상승할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약 164원 오르게 돼 유류세 인하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와 관련, 전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에너지시장의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가 올해 동절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 동안 지속된 이후 2022년 2분기 이후에야 다소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가능성
또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국제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당분간 수급 여건 개선이 어려워 내년 1분기까지는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상승하면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근 추세가 지속한다면 역사상 세 번째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상쇄 효과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달 중순까지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강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