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는 충격적인 전망을 담았다. 우리나라 인구는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6만 명 안팎씩 감소해 2030년에 5120만 명으로 줄어들고 2070년에는 3766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더욱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7만 명 안팎으로 인구가 줄어 2030년대에 5000만 명대 아래로, 2070년에는 3153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은 지난 2019년 9월 발표한 추계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최악의 경우 2020년부터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년 여 만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추계에서 나온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번 추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순유입이 감소하고 혼인과 출산 감소세가 확대된 영향이 반영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결과는 전례 없는 코로나 위기 상황 등 단기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코로나 19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게 되면 외국인 국내 유입, 혼인·출산 등이 정상화하면서 인구 변화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통계청에서 발표한 시나리오 중 코로나 19로부터 빠른 회복 등을 전제한 추계를 보면 2038년 약 5300만 명까지 총인구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달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압도적 꼴지를 기록했고, 이번 장래인구추계에서는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영아수당 신설, 첫 만남 꾸러미, 공공보육 50% 달성 등 이른바 ‘저출산 5대 패키지’를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지난 4년 동안 128조 원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했지만 성과는커녕 상황이 악화될 뿐이었다. 비단 문재인정부만이 아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200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좀처럼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는 아동수당이니 영아수당이니 하는 찔끔찔끔 돈을 뿌리는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여성이 수당 조금 받으려고 수백만 원의 월급을 포기하고 출산을 하겠는가.
생각해 보면 출산율 하락에 앞서 혼인율부터가 문제다. 우리나라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1980년 10.6건에서 2017년 5.2건, 2018년 5.0건, 2019년 4.7건까지 내려갔다. 그렇다고 혼인율을 올리기 위해 결혼 수당을 지급할 것인가.
결혼도 출산도 핵심적인 주체는 청년이다. 그런 점에서 인구 위기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 사회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붕괴됐고, 집을 가질 수 없는 부패 구조가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인구 위기 극복은 돈 뿌리는 정책이 아닌 사회 시스템 개혁만이 해결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