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티켓 환불했다"… 정부·지자체도 자제 요청
#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모씨(30세)는 설 연휴 대구의 부모님 댁 귀성을 고민 중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아버지가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모씨는 “60대 아버지가 심장질환 때문에 백신 접종을 못하셔서 코로나에 취약하시다”며 “이번 설 연휴에는 내려가려 했는데 확진자가 갑자기 너무 늘어서 3월이나 5월에 방문하는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귀성길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설과 추석 연휴에 부모님 댁을 방문하지 못한 이들이 올해는 귀성을 계획했으나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번주 주말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25일 8571명, 26일 1만3012명을 기록한데 이어 이날 1만4518명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주부터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확산세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설 명절 이동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설 연휴 특별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서 “송구스럽지만 이번 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설 연휴에 많은 사람이 지역 간에 활발히 이동하고 서로 만나게 된다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이 급증하자 지방에서도 방문을 삼가 달라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동하려는 직장인 손모씨(33세)는 “부모님께서도 올해 설은 내려오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최근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다 보니 걱정이 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도 코로나 영향으로 설날에 찾아뵙지 못해 올해는 본가에 내려갈 계획”이라며 “다만 비교적 덜 붐빌 것 같은 31일 출발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자체들은 설 명절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전라남도는 22개 시군 주요 관광지 등에 700여개의 현수막을 배포했다. 전라북도는 전국 향우회에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강원도 역시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현수막과 안내문 등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시는 설 연휴 시내버스 노선 100개 중 71개의 운행을 평소 대비 77%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광명시에서 평창군 본가로 내려갈 계획인 남모씨(29)는 “큰집 어른들께서는 폭발적인 코로나 감염 증가 추세로 우려하는 마음이 크시지만 자차로 이동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잠깐이라도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은 피하고 하루정도 본가에 묵으면서 새해 인사만 드리고 바로 귀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코로나 전파가 걱정돼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혹시라도 코로나를 옮기게 되면 고향 공동체에 큰 위험을 주게 되는 꼴’, ‘일찍 KTX 티켓을 구했다가 취소했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