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허병남 기자]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랴하고…‘로 시작되는 호남가 노래비가 국내 처음으로 노래의 첫들머리에 나오는 함평에 세워진다.
호남가 노래비 추진위원회(위원장 이명재)는 오는 7월 9일 오전 11시 나비엑스포공원 정문 입구 쌈지공원에서 제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호남가 노래비는 호남가에 나오는 여산석(익산 황등석, 4.2×2.2m)에 429글자의 호남가 전문을 국한문 혼용으로 새기고 비단(碑壇)에 건립취지문과 건립참여자 명단을 새겼다. 비문은 함평 출신 서예가 금초 정광주 선생이 썼다.
노래비가 함평에 세워지는 것은 호남가의 첫머리에 함평이 등장하는 것에 착안하여 함평포럼, 서울 광주 목포 향우회, 함평군 번영회, 광주문화발전소 등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금 활동을 전개해 모두 5천 2여만원을 모금했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호남가가 재즈와 랩송으로 편곡되어 첫선을 보이는 문화이벤트가 진행된다. 재즈 편곡은 미국 맨하탄 음대(Manhattan School of Music)에서 재즈 피아노 석사학위를 받은 박민선씨가 맡았으며 노래는 뉴욕대(NYU) 대학원 출신의 재즈 보컬 애쉬(Ash)가 부른다.
또 랩송은 광주시립창극단에서 어린이 심청과 홍보아들 역을 맡았던 빈시율(장덕초 5) 빈하율(장덕초4) 남매가 부르게 된다. 지도는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연옥(광주시립창극단 차석) 명창이 맡았다.
호남가는 함평에서 시작해 광주 해남 제주를 거쳐 전라북도 익산까지 호남지방 50여 고을의 지명을 들어가며 지명의 뜻과 그 지방의 특색, 그리고 풍광을 노래한 439자의 단가(短歌)이다.
이 노래는 전라관찰사를 지낸 이서구(李書九, 1754~1825)가 지었다는 설과 구전되어 오던 것을 19세 중엽의 신재효(申在孝,1812~1884)가 고쳐 지었다는 설이 있고 대여섯 개의 이본(異本)도 있다.
또 함평현감을 지낸 권복(權馥, 1769~1836)이 지은 함산가(咸山歌)의 첫 구절에도 함평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학계에서는 지은이를 특정하지 않고 이서구·신재효 등이 기초한 것을 바탕으로 후세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며 구전되어 온 민중의 노래로 정의하고 있다.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진 것은 국창 임방울(林芳蔚)이 부르면서부터이며 그 외에도 안숙선 박계향 김화선 등 많은 국악인들이 즐겨 불렀고 지금도 판소리 창자들이 목을 풀기 위해 자주 부르는 노래이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향우들의 뜨거운 고향사랑에 감사한다”면서 “노래비 건립을 계기로 호남인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일깨우고 호남가가 판소리 뿐 아니라 랩이나 재즈음악으로도 널리 불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