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 등 주요기업 사업계획 수립 착착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긴장 끈 늦출 수 없지만 핑크빛 전망 엿보여
경기회복 기대감 반영 하반기 채용규모 늘어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실적호전과 글로벌 경기 개선에 힘입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9월 말에서 10월 초쯤 이듬해 사업계획을 짜는 작업에 들어가지만 지난해만해도 “내년 사업계획은 없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사업목표를 수정해야 할 상황입니다”라고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최근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별로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하반기 대기업들의 채용 사정 또한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계획보다 1천명을 더 증가한 4천400명 채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LG, 현대차, SK 등도 채용 규모를 확정하느라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내년부터는 비상경영체제를 접고 정상경영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라는 신중론 또한 높은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사업목표를 확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했으나 올해는 이를 다시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계열사별 사업계획 수립 착수
삼성 측에 따르면 업종별 특성과 경기 상황을 고려해 계열사마다 사업계획안을 짜고 있으며 이를 취합해 조만간 그룹 전체 사업계획을 확정짓게 된다.
특히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그룹 전체 실적상승을 견인한 삼성전자에서 어떤 사업계획안을 내놓을 지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테크윈 등 다른 계열사들도 올해 좋은 실적을 내면서 내년에는 보다 공격적인 사업목표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 측은 그러나 섣부른 기대감만을 반영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한 관계자는 “경기가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면서 “국내 상황만을 고려할 수는 없고, 글로벌 위기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유럽 지역 경기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다른 기업과 달리 ‘사업계획 수립’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사업부별 목표를 수립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계열사별 책임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LG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구본무 회장을 중심으로 ‘컨세서스 미팅(CM)’을 열어 최고 경영진이 합의를 통해 사업의 중요 사항을 결정지어왔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계열사 CEO를 만나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연도 사업계획과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합의해 결정한다. 각 계열사별로 9월 말에서 10월 초 쯤 사업계획안 등을 준비해 최종적으로 11월 컨세서스 미팅을 통해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도 9월 말에서 10월 초 쯤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일단 계열사 단위로 논의를 거친 뒤 그룹 차원에서 중요 사항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만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하반기와 내년에도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최근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승진 등으로 현대기아차가 보다 공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서지 않을 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SK그룹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 SK관계자는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고 10월 말은 돼야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대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또한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하반기 3천400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경기회복으로 인력 수요가 증가돼 1천명을 더 늘려 총 4천4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오는 10일~14일 그룹 채용사이트인 ‘디어삼성’을 통해 원서를 접수하고 직무적성검사를 거쳐 계열사별로 다음달 13일까지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은 하반기에 약 2천2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고 이 가운데 LG전자가 1천명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 측에서는 아직까지 추정치에 불과하고 확실한 채용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G 한 관계자는 “경기 상황과는 별도로 회사 측에서 인력이 필요해야 뽑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정확한 채용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3천300여명을 채용할 방침이고 SK그룹 역시 600명 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STX그룹은 1천 명, 한화그룹 600명, 한진그룹 450명, 포스코는 100명 가량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계획보다 다소 늘리고 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채용은 여전히 저조하기 때문에 전체 채용시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지 않은데다 환율 등 불안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고용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일 500개 상장기업에 대해 ‘기업의 현 경제상황 인식과 향후 대응’이라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들은 경영성과의 바닥 탈출 시점을 실물경기 회복보다 늦은 올해 3분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귀사의 경영성과는 언제쯤 바닥을 탈출할 것이라 생각하는냐'라는 설문에 52.1% 기업만이 이미 기업 경영성과가 바닥을 탈출했거나(22.6%), 현재(2009년 7월 29일∼8월 4일) 바닥을 통과 중(29.5%)이라고 응답했다.
또 22.6%의 기업은 올해 말에는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고 응답해 늦어도 2009년 말까지는 바닥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약 85%를 나타냈다.
대기업 채용 증가, 안정적 회복은 아직 일러
연구소는 “현재의 실물경기 및 업황의 개선이 아직 안정적 회복궤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에 기업의 바닥탈출 시기도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