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대중국 무역 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간재 수입 증가·공급망 재편·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한상의는 ‘최근 對中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가 △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원자재·중간재 품목의 수입량이 급증하며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특히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입액은 72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8억300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의 수입액도 지난해 상반기 11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중국의 경기 악화로 가전 품목 수출이 줄어 대중 무역적자 폭을 키웠다. 올 상반기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 수출액은 약 90%, ‘기타컴퓨터부품’ 수출액은 약 79% 각각 전년대비 급감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봉쇄조치로 한국과의 교역에서 가전 등 소비재 교역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약 20%, 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무역수지는 올 상반기에 143.4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는 같은 기간 0.6억 달러 흑자에서 0.9억 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에서 1.5억 달러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액은 6.9억 달러에서 11.1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 2월 1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대중국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은 RCEP 발효로 관세율이 5.5%에서 0%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두 품목의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1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08.9%나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RCEP 체결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맞물려 단기간에 중국산 수입이 늘어난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선 한중 FTA 업그레이드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RCEP 채널 활용과 함께 한중 기업 간 협력플랫폼 구축을 가까운 시일에 추진해 한중간 실질적 협력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우리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중간재 수입 확대 구조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술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제조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는 물론, 미래 광물 자원 확보 및 개발 관련 R&D 지원 확대 방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對中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