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딸아” 눈물 속 마지막 배웅…“내 언니 돼 줘서 고마워”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권영현 기자] “사랑한다는 말 많이 못해주고 지켜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다음 생에는 더 오래 행복하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발인이 1일 시작됐다. 지난 29일 벌어진 ‘핼러윈 참사’로 현재까지 156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은 유족의 뜻에 따라 서울, 경기 등 연고를 두고 있는 곳으로 이송돼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에서 비통과 안타까움 속에 진행된 발인식엔 이태원 참사로 숨진 20대 여성 A씨의 유족들과 친구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유족은 “성격이 원만하고 온순했는데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집안이 슬픔에 잠겼다”며 “무엇보다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한 심경이다”고 흐느껴 울었다. 이어 “부디 다음 생에는 안전한 나라에서 더 행복하게 살자”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날 오전 8시께 경기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선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진 30대 남성 B씨의 발인식도 엄수됐다. 장례식장에 모인 유족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B씨의 관이 운구 차량에 오르자 유족들과 지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B씨의 어머니는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아들아 나를 두고 가지마”, “누가 널 데려가니”라고 오열하며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고인의 유족들은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던 게 너무 안타깝다”며 “앞으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행정당국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태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사건 발생 초기 많은 부상자와 희생자가 이송됐던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장례식장 앞에 경찰이 배치돼 통제하고 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현재 일부 유족의 경우에는 조문 자체를 거부하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며 “유족들의 충격이 너무 큰 상태라서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해 장례식장 내부의 비참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다른 희생자들의 장례식과 발인식도 곳곳에서 엄수됐다. 은행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C씨는 핼러윈을 맞아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단짝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친구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 C씨는 최근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4일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엄수된 발인식에서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딸아 딸아, 어떡하니 정말”이라고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고인의 동생은 눈물을 삼키며 “내 언니가 돼 줘서 정말 고마워”라며 힘겹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아버지도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해지거라”라며 딸을 먼 곳으로 보냈다.
광주에서는 사망자 6명 중 5명의 장례식장이 차려졌다.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동갑내기 20대 단짝 여성 D씨와 E씨의 영정사진이 한 장례식장에 함께 놓였다. 북구에서는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참변을 당한 F씨의 장례식이, 서구 장례식장에는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당일 이태원을 찾았던 20대 남성 G씨의 장례가 가족과 지인들의 슬픔 속에 치러지고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