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법인, 매출원가 대부분 본사 수수료…이익 낮춰 세금 축소
해외 OTT, 망 중립성 이용…비용 낮추려 B2B 거래도 공론화
“OTT 서비스 질 낮추겠다, 이용자 볼모로 플랫폼 독과점 횡포”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해외 플랫폼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빼돌려 세금을 줄이는 등의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구글, 트위치 등 해외 플랫폼은 국내 망사용료를 이유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비용인상을 예고했다. 특히 국내 송신 인프라 사용비용을 낮추려 B2B간 문제도 공론화, 여론전을 펼치면서 국내 이용자를 볼모로 세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진입이 한류 콘텐츠의 해외 확산에 기여하고 있지만 정작 저작권 수익을 독점화하는 문제가 ‘오징어게임’ 등의 사례로 불거진 바 있다. 이는 국내 콘텐츠시장이 글로벌사업자에 종속될 우려를 낳았다. 또 해외 OTT가 국내 시장지배력을 통해 초과수익을 얻고도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 등 공공재원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플랫폼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 외에도 개별법인 차원에서 세금을 줄이려는 행태가 논란을 낳고 있다. 국내 발생한 매출 원가 대부분을 본사 수수료로 책정해 이익을 대폭 줄임으로써 국내 세금납부도 줄이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한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6316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매출원가 중 대부분은 넷플릭스 그룹사 수수료(5166억원)로 책정됐다. 이로 인해 매출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지난해 법인세비용은 30억원에 그쳤다. 본래 작년 법인세부담액은 33억여원이나 그나마도 이연법인세 조정으로 줄였다.
세금 외에도 국내 환원이익이 다른 외국계 제조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종업원 급여는 통상 본사 사무직으로 구성되는 판매관리비에만 책정됐다. 지난해 급여는 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08억원보다 줄었다. 2020년 퇴직급여가 19억원으로 2021년 6억원보다 높았던 것을 보면 퇴직자가 늘었던 듯 보인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매출원가엔 흔한 기부금 항목도 없다. 국내 투자는 사무실 등 유지를 위한 소규모 유형자산만 있고 기술·저작권 등 무형자산 투자는 전무하다.
앞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넷플릭스 코리아가 3년간 국내 매출 1조2330억원을 벌었지만 77.8%를 해외본사수수료로 지급하고 영업이익률을 크게 낮춰 매출 0.5% 수준인 58억6000만원만 세금으로 책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류콘텐츠 흥행을 업고 기업가치가 급상승했으나 한국에서 책임은 무시하고 있다"라는 지적이다.
국내 독과점 능력을 확보한 OTT는 가격인상도 단행했다. 넷플릭스가 인상한 요금이 국내 IPTV 요금제에 최근 반영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광고지원요금제도 도입해 디즈니플러스 등 업계 전반으로 요금제 변형도 일어나고 있다. 광고요금제는 광고시청시간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접적 요금인상으로도 비친다. 디즈니플러스는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요금제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초기 플랫폼이 시장 확장에만 주력했다가 독과점을 구축한 뒤에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부작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경계한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정 다툼으로 시작된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망사용료 분쟁 역시 세금 등 이익환원에 기여하지 않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분쟁 이후 구글 유튜브와 트위치 등은 한국 서비스 축소 방침도 시사했다.
국내 제도상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할 때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이용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사업자가 망사용료 지불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세금도 얼마 내지 않는 해외 사업자가 국내 제도를 유리한대로 해석해 이용하려 든다”라며 “망사용료는 B2B 사업자간 협상할 문제인데, 이를 공론화해 ‘이용자 서비스 질을 낮추겠다’고 겁 주는 행태는 플랫폼 독과점 횡포”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내 콘텐츠 제작비용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해외 OTT가 저작권을 독점하면서 국내 경제 선순환, 국민경제 기여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도 파생되고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IPTV 사업자는 3사 공동 브랜드 '아이픽'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해외 OTT에 종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