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처리 대립에 '일몰법' 처리 불투명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안전운임제, 건강보험 국고지원 등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법안들이 연말에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지연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일몰법에 대해 하루빨리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지만, 예산안 못지않게 여야 의견차가 상당해 법안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전운임제와 건강보험 국고지원,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추가연장근로제' 등 사회적 취약계층과 영세사업자 등을 위한 다수의 법과 제도가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불과 12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 지연 여파에 일몰법은 대부분 법안심사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다. 2020년부터 3년 시한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종료시한은 이달 31일이다. 현재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부가 3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며 총파업에 나섰던 것을 들어 폐지 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탓에 해당 법안 심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의 일몰 연장 및 폐지 등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2007년 도입돼 일몰제로 운영되면서 세 차례 연장된 바 있다. 만약 국고지원이 사라진다면 건강보험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한시적으로 일몰 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주장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건보 개혁에 맞춰 일몰 기한을 1년으로 잡으려는 의중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일몰 규정을 완전히 폐지해 계속 국고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60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조항도 난항이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일몰 연장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일몰을 반드시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주 52시간 도입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준 데다 주60시간 노동은 과로사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정기국회 회기까지 단 12일이 남은 상황에서 산적한 일몰법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에 정작 일몰법은 뒷전인 모습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후통첩한 합의 시한(19일)까지 이미 지난 현재, 여야 모두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애꿎은 일몰법 처리도 불투명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