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설 민심 "尹 국정 과제 인식 부족…기대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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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설 민심 "尹 국정 과제 인식 부족…기대감 없다"
  • 문장원·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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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패 정리, 노동 개혁 추진은 잘해"
"올해는 정쟁보다 경제 회복에 집중해 주길"
지난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문장원·조현정 기자] "잘한 것이 없어 이야기해 줄 것이 없다." "딱히 잘한 게 없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계묘년(癸卯年) 설 민심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만큼 싸늘했다. '취임 후 9개월 동안 국정운영을 하면서 잘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대체로 '없다'로 수렴됐다. 대신 '선명성 없는 정책', '협치 실종', '외교 무대 실언'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4일 <매일일보>가 시민들에게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 상당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대통령과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인 김 모씨(29세)는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무엇은 잘한다, 못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들뿐"이라며 "나와 같은 일반 사람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해줘야 하는 데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한 모씨(35세)는 "대통령이 그동안 잘했다고 볼 수 있는 게 없다"며 "새해에도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될까 싶다. 기대감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원 장 모씨(47세)는 윤 대통령이 애초에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제대로 대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장씨는 "전반적으로 국정 과제에 대한 인식 부족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노동시간의 증가, 소득의 감소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취임 후 이어진 야당과의 강 대 강 대치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취임사에서 '협치'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야당과 극단 대립 구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된 점을 비판했다.

회사원 장 모씨(34세)는 "야당과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며 "여야 간 첨예한 갈등 상황이 작년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새해에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하는 양 모씨(여·39세)도 "올해는 정쟁보다는 경제 회복에 최대한 집중해주길 바란다"며 "민생 법안 통과에 여야가 모두 협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적절한 발언들도 시민들을 답답하게 했다. 윤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과 '이xx', 최근 'UAE의 적은 이란' 등 외교 무대 말실수와 이태원 참사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잇따른 '망언'이 대표적이다. 회사원 양 모씨(36세)는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의 말실수 사태가 잦았다"며 "또 이태원 참사 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실 및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을 비롯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동 개혁에 대한 강경 드라이브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회사원 정 모씨(44세)는 "노조와의 관계에서 부패 정리를 잘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잘한다고 본다"며 "민주노총 등 노조 개혁과 연금 개혁 등 역대 정권에서 시도하지 않은, 민감하지만 꼭 해결해야 할 사안을 고치겠다고 선포한 점은 괜찮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와 '3대 개혁 추진', '만 나이 통일법' 등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계묘년 새해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주력해야 하는 부분으로는 역시 '민생'을 꼽았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했다. 회사원 이 모씨(40세)는 "저소득층 및 취약 차주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서민들과 취약 차주들의 피해가 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이나 취약 차주들은 대출마저 어려워져 사채 시장이나 비등록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데, 여기에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회사원 이 모씨(68세)도 "국민이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청취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를 바란다"며 "또 기업의 생산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리스크를 과감하게 혁신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세대 교체에 대한 절실한 목소리도 들렸다. 전업주부인 유 모씨(55세)는 "여야가 신사협정 같은 거라도 맺어서 최소 65세, 70세 정치인의 출마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세대교체가 없는 현실이 현재의 정치를 3류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유씨는 "이렇게라도 해서 내년 총선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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