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대화형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 서비스 프로그램인 ‘챗 GPT’ 돌풍이 엄청나다 못해 무섭다. 미국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 GPT’ 열풍으로 글로벌 빅테크(Big-tech) 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가속도가 붙었다. 대화형 챗봇 ‘챗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 40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 기술 혁신을 주도한 유튜브나 페이스북, 넷플릭스보다 빠른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챗 GPT’는 학습된 정보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스스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추론이나 의견 제시까지 가능한 초거대, 생성형 AI다. 그동안 기술, 산업계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AI가 일상으로 성큼 들어오면서 디지털 패러다임 자체를 일거에 뒤바꾸고 있다. 이를테면 ‘챗 GPT’를 통한 질문에 AI가 5초 안에 답을 해준다. 빠르게 검색해 결과를 알려준 점만 놀라운 게 아니다. ‘챗 GPT’에 물어보면 “딥러닝((Deep Learning │ 심층학습) 알고리즘(Algorithm)으로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는 대화형 AI시스템”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AI 챗봇이다. 실제로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치르는 3가지 시험에서 모두 합격점을 통과하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챗 GPT’가 짜깁기한 논문 초록을 전문가들의 3분의 1이 몰라보는 일도 일어날 정도다.
이렇듯 서비스 두 달 만에 월간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는 신드롬(Syndrome)이 일자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잇따라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AI 검색엔진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 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고, 구글도 일단 유사 서비스 개발에 4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앞다퉈 새로운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한국판 챗 GPT’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생성 AI 서비스 ‘서치 GPT’를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고, 카카오는 AI 전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GPT-3 기반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 GPT’를 공개한 데 이어서 초거대 AI가 만들어 낸 AI 화가 ‘칼로’와 AI 시인 ‘시아’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LG는 AI 연구원을 통해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루는 ‘멀티 모달리티’ 능력을 갖춘 ‘엑사원’을,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의 두뇌 역할을 하는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 구축했다. 이렇듯 순식간에 세상이 ‘AI 전쟁’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지금과 같은 AI 개발 경쟁 속도라면 머지않아 세상은 2000년 인터넷 탄생, 2010년 모바일폰 등장 때를 크게 능가하는 일상의 전면적 대변화를 맞게 될 듯하다.
‘오픈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 GPT’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초거대 AI 전쟁을 촉발했다. 빅테크의 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AI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결단일 것이다. 미래 AI 서비스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무궁무진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국가 단위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의 추격세또한 맹렬하다. 지난해 AI 관련 중국 논문은 양과 질 모두에서 미국을 제쳤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초거대 AI 분야에서 한국의 특허 출원 비율은 10.6%로 미국 34.5%, 중국 33.3%, 일본 11.3%에 못 미친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지난해 ‘글로벌 AI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개발 능력은 3위였지만 인재 분야에선 28위에 그쳤다. AI 전문 인재를 양성한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인재 확보와 규제 등 ‘운영 환경’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의 진화는 인간의 편익을 크게 증진(增進)시키는 긍정적 효과와는 별개로 각종 부작용과 윤리 문제를 안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챗 GPT’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검색엔진과 차원을 달리한다. 작문 능력에 탁월한 ‘챗 GPT’는 연구 논문의 저자 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논문을 작성하고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전문적 수준의 글, 그림, 작곡 등 창작물까지 만들어 낸다. 지난해 12월 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된 ‘미국 의사 면허 시험에서 AI의 성능 연구’ 논문의 공저자 12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연구 논문 출판 및 정보 분석 기업 ‘엘스비어(Elsevier)’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간호교육실무(Nurse Education in Practice) ’에도 시오반 오코너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챗 GPT’가 저자로 등재됐다. 별도의 윤리 준거가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AI의 능력이 어떤 부정적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조차 쉽지 않다. 당장 최근 한 국내 국제학교 학생들이 이를 이용해 리포트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편으론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초격차 기술 육성과 더불어 AI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는 무엇보다도 화급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재빠른 행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전 세계 대화형 AI 서비스 시장 규모가 연평균 23.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에는 105억 달러(약 13조1,8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챗 GPT’와 같은 전 세계 AI 서비스 시장은 머잖아 2,00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각국 정부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AI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의 AI 기술력 수준은 미국의 80.9%다. 초거대 AI 분야 특허 출원 비율은 고작 10.6%에 불과하다. 인재 양성과 초격차 기술 확보에 더욱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AI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주요국들은 전문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MIT는 AI 단과대 설립을 위해 1조1,000억원 기금을 조성해놨고, 일본은 대학·대학원생 50만 명에게 AI를 가르칠 계획이다. 중국도 ‘AI 인재 100만 명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은 올해 예산 22억6,000만 원 외에는 기금이라곤 30억 원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섰던 대한민국이 미래의 기술·산업 패권을 좌우할 AI 혁명에선 무조건 앞서 나가야만 하는 데 지원이 없어 인력 양성이 요원한 상황은 아쉬운 대목이다.
초거대 AI의 등장은 반도체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메모리 판매 단가와 수량을 동시에 늘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챗 GPT’같은 AI 알고리즘을 구동하고 AI 구현을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 Graphics Processing Unit)가 필요하며, GPU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D램이 장착돼야 한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인 셈이다. 또한 구현된 AI는 데이터 센터(서버)에 담겨야 한다. 이 때문에 서버용 GPU 시장에서는 GPU와 함께 D램이 패키지로 묶여 판매된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체의 서버향 매출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됐었다면, AI에서도 서버향 매출이 크게 확대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5년 전 국내외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데이터 센터의 서버 부품 교체 시기도 임박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겪고 있는 보릿고개를 극복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GPU 시장에서 최강자인 엔비디아(NVDA)는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았고, 컴퓨터 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있는 AMD(Advanced Micro Devices)는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 패키지에는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 ‘HBM3’가 결합해 있고, AMD는 ‘MI-100’에 삼성전자의 HBM-PIM(Processing-in-Memory) 메모리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반도체 위기의 강을 건너 ‘반도체 퀀텀점프(Quantum Jump │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와 국회가 세제·예산 지원과 규제 혁파 등으로 기술 초격차 확보와 고급 인재 육성 등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바람 불 때 연 날리고, 물 들어올 때 배 띄워라!’는 말을 가볍게 여겨서는 결단코 안 된다.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드려라!’ 했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다. 비록 식상하고, 진부하고, 비루할지라도 시대적 조류는 이 말의 무게를 상기하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산업 진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법」 이른바 (데이터 산업법)에 따라 지난해 9월 14일 출범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를 지난 1월 26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회의를 개최하고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내놨다. ▷우리 사회가 보유한 모든 데이터의 혁신적 생산·개방·공유 추진 ▷민간 중심·민간 주도의 데이터 유통·거래 생태계 마련 ▷안전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하는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 ▷데이터 산업 기초체력 강화로 국가 디지털 전환 전면화를 설정하고 AI를 국민 일상 및 공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AI 산업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10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작금의 지구촌 움직임을 보면 이런 구상도 너무나 굼떠 보인다. 정부 관련 부처와 기업, 학계가 참여하는 보다 광범위한 범국가 기구 차원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 산업 발전전략뿐 아니라 AI 윤리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표절, 가짜뉴스, 저작권 문제 등도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만들고 서둘러 안정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챗 GPT’ 열풍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AI 혁명을 견인할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건 국운융성(國運隆盛)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