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아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대·중소기업의갈등 요인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무분별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중소기업계는 영세 소상공인과 소규모 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며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성 저하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해당 제도가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닌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일부 업종·품목에 한해 지정·운영돼 왔다. 현재 고소작업대 임대업, 자동차 단기대여 서비스업, 대리운전업 3개 업종에 대해 제도가 적용 중이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업종 지정 역시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동반성장위원회 역시 해당 제도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숙기 및 쇠퇴기 업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후의 사회적 보호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영교 동반위 위원장은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지 않으며 업종보호 필요성, 상생가능성, 소비자 후생 등을 따져 결정한다”며 “적합업종 지정은 차선책이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플라스틱 선별업’과 ‘플라스틱 원료재생업’을 두고 촉발한 대·중소기업 갈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업체는 2020년 기준 6535곳이다. 이 중 99%가 중소기업이며, 그중에서도 55%는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기업 규모가 작아 국가 보조금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 재활용 업체들이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반면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구하기 위해 환경시설관리 업체나 폐기물 업체,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선별장을 사들이던 대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산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이는 지난해 10월 상생협약을 맺으며 마무리됐다. 관련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화학적 재활용 시장과 물질 재활용 시장의 역할을 분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추이를 축소하고 서로 상생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 간 균형 성장과 함께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 나아가 많은 강소기업 배출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 아닌 보호를 위한 제도”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정한 합의를 거쳐 상생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합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