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예금이 무려 32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고금리 영향으로 인해 저축은행에서는 고액의 수신이 급격히 늘었다. 다만 대출이자 부담 역시 가중하면서 연체율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뱅크런 사태’(대량 예금인출)를 우려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 잔액은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 대비해선 3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연 6%가 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쏟아지자 수신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려든 영향이다.
다만 SVB 사태와 맞물려 건전성 지표들이 악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0%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에 2.6% 수준이었던 연체율이 0.4%p 높아졌다. 연체금액도 3조4344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9772억원)와 비교해 45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저축은행권 합산 연체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러나 업계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유동성 비율이 177.1%로 목표치(100%)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은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수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며, 업계는 향후에도 유동성 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과 SVB 파산 사태에서 보인 유동성이 악화할 가능성과 관련해 회의를 열었다.
당국과 업권은 현재 유동성 비율이 적정한지, 악화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SVB 사태처럼 국내 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갑자기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이 규제 목표치인 100%를 모두 넘는 등 아직 ‘안정권’인 것으로 파악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