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양곡법, 대한민국 농업 망칠 것…野, 농민 환심 사려는 의도"
한덕수, 양곡법 관련 대국민담화…"행정부 재의요구, 헌법이 보장한 절차"
매일일보 = 김연지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다음 달 4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법'에 대해 "국회에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았어야하는데 막아내지 못해 역부족을 느끼고 있다. 소수 여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이 법의 폐단을 막고 국민과 농민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마지막 남아 있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저희가 간곡하게 요청드릴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매입 비용 부담에 따른 재정 악화, 농업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들어 쌀 초과 생산량의 의무 격리를 반대해 왔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이 법은 폐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쌀이 그렇지 않아도 과잉 생산 상태인데 이 법안을 실행하면 쌀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해 점점 더 재정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잉 생산된 쌀이 쌓이면 정부는 수년이 지나서 거의 헐값에 내다 버리다시피 해야 한다"며 "막대한 국민 세금을 그냥 버리는 셈이니 이 법안이 통과되는 나라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또 쌀 생산이 대폭 증가하게 되면 다른 곡물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식량안보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농업을 망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 여당일 때도 처리 안하던 법률을 이제와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강행 처리하는 이유는 일부 농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윤석열 정부가 농민을 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양곡법'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한 총리는 "농업계의 많은 전문가들도 이번 양곡법 개정안이 공급 과잉 문제를 심화시켜 쌀 가격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고 궁극적으로는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법안을 여야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양곡법'뿐 아니라 다른 여러 민생 법안들이 국민적 공감대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과다한 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등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해서는 원칙에 기반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양곡법'의 문제점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한 총리는 당정회의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법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안 그래도 지금의 우리 쌀 산업은 과잉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는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많은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재의요구는 올바른 국정을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면서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은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그리고 국민들께서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