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칼럼] 선진국 대한민국의 후진적 이주노동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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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칼럼] 선진국 대한민국의 후진적 이주노동자 정책
  • 매일일보 기자
  • 승인 2023.03.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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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오늘날 선진국들은 전반적으로 구인난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이 초래한 인구구조 변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일본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21년 특정 기술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 대해선 재류 기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은 시민권 취득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이민정책 개편에 착수했다. 한때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도달했다고 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를 열고 미국 기준금리를 4.5~4.75%에서 4.75~5%로 0.2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는 게 그 이유였다.

미국의 고용 상태를 보면 불과 몇 년 전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이 아득히 먼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저임금, 실직으로 실의에 빠진 러스트 벨트(미 북부·중서부의 쇠퇴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이 당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이민 요건을 강화하고 장벽을 세우겠노라 약속했다. 그리고 그가 지킨 약속은 채 10년이 되지 않아 부메랑이 되어 미국 경제를 덮쳤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자산가치 상승 등으로 은퇴자가 속출하며 일할 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높은 급여를 불러도 누구 하나 선뜻 일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물가가 세계 경제 또한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이미 서울만 벗어나면 상당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지역에서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마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노동력 이동이 제한되며 식당이며 농장이며 공장이며 할 것 없이 일할 사람들이 사라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농번기에 투입될 인력 확보를 위해 계절노동자 제도를 확대하고, 비자를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임시방편이 될 순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의 확대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굳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그 밖에도 산적한 문제는 많다. 얼마 전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가 사망 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사건이 충격을 주었다.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그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불법체류자)로 2013년 일을 시작한 뒤 한 번도 고국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숙소는 돈사 내부에 있었다. 농축산업 부문 이주노동자는 약 2만2000여 명, 이들 중 약 70%가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숙소에서 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3년 전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다가 동사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 씨의 비극적인 사연은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주변국이 선망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정책만큼은 여전히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업장 이동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외국인고용허가제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경제가 돌아갈 수 없는 시대,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전반적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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