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증권사로부터 신용 대출(융자)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20% 이상 급증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일 기준으로 9조3431억원으로, 코스피의 신용거래융자 잔액(9조654억원)보다 많았다. 지난 8일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20년 11월17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를 넘어섰다.
코스닥 빚투가 코스피 빚투를 넘어선 것은 최근 주가 상승률 여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는 1.21%(2월28일 종가 대비 3월29일 종가 기준)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에 코스닥은 6.56% 올랐다. 코스피보다 5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는 에코프로가 연초 대비 300% 이상 오르는 등 코스닥 2차전지주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테마성 종목이 급등하면서 해당 종목에 신용 대출을 낀 단기 매매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코스닥에서는 2차전지, 로봇, AI(인공지능) 등 테마 업종이 크게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에 오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 초 대비 지난 28일 종가가 각각 294%, 139%나 폭등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용 융자 금리를 내린 것도 ‘빚투’를 자극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연 10%에 육박했던 증권사 신용 융자 금리는 최근 단기(7일) 3~5%대, 중장기(1~2개월) 8~9%대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이 금리를 낮춘 이유는 작년 증시가 좋지 않았음에도 29개 증권사가 신용 융자 이자 수익으로만 1조5000억원을 벌자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빚투 손실이 불가피해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권 파국은 넘겼지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문가들은 특정 종목의 상승이 이끄는 증시일수록 해당 종목 주가 하락 시 충격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나 로봇 등 종목은 기업 실적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대 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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