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통합' 강조하면서도 '강한 야당' 경쟁
尹 탄핵 언급도…대정부 강경 투쟁 예고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수렁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이끌 원내대표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일제히 '강한 야당'을 강조했다. 후보들은 소통과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야성 회복과 강한 민생 입법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제4기 원내대표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선거에는 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 의원(기호순)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강한 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김 후보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이 싸움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이라며 "야당다운 야당,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탄압 맞짱 뜰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이재명을 내어주고 민주당을 지킨다는 일은 없다"며 "민주당은 검사 정권 폭압에 맞서 일치단결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다운 야당,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후보 역시 "검찰 독재 정권에 맞짱 뜰, 우리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명운을 박범계와 함께해달라"며 "169명의 민주당 의원의 이름으로 윤석열 독재정권과 맞짱 뜨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와 박범계 후보도 강한 야당을 강조하면서도 소통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홍 후보는 "진정한 소통은 충분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경청을 바탕으로 결론을 만들고 그 결정에 책임지는 것"이라며 "의원총회를 원내대표가 직접 주재해 힘 있는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도록 실질화하고 그 결정을 과감하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범계 후보는 "단합과 통합으로 여러분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며 "원내대표가 되면 바로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제1호 의원총회를 열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방안을 마련해서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계파 선명성을 두고도 공방도 이어졌다. 친이명계인 김 후보가 범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홍 의원을 향해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내시고 최근 언론에서는 친명계로 분류된다. 정치인은 합당한 입장이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몰아붙였다. 홍 의원이 친명계와 비이재명계까지 아우르는 소위 범명계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압박한 것이다. 박범계 후보도 " 있는 '더미래(민주당 의원 최대 모임)'와 '민주평화통일연대(민평련)'에 가입돼 있었는데 계파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 원내대표 출마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극복의 분야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됐던 2015년 이후 우리 당에 사실 계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에 계파라며 외부의 시각을 갖고 당의 동료 의원들의 모임을 폄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등의 강경 발언도 쏟아졌다. 김 후보가 홍 후보에게 "저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탄핵해야 된다고 주장을 한 바가 있는데, 당시 홍 후보는 탄핵을 반대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나"라고 묻자, 홍 후보는 "탄핵을 '조자룡 헌 칼 쓰듯' 쓸 수 없다. 탄핵하려면 법적 요건이 있어야 된다"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매우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형사사법적으로 고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후보도 '탄핵 제도 상시화'에 대한 개별 질문에 "윤석열 정권이 소위 민주공화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고 법치주의를 거의 능멸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상당수가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며 "정말 탄핵이 가능하다면, 탄핵의 헌법적, 법률적 의미만 제대로 각인된다면 탄핵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탄핵제도의 상시화보다는 탄핵 제도가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적 관점에서의 결단"이라며 "국민들이 잘못하면 (대통령을)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답했다.
민생 법안 입법에는 169석의 다수석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광온 후보는 "모든 법안을 여야 완벽한 합의로 처리를 해야 한다면 국회는 사실 여야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협상과 절충으로 법안 성립을 노력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경우 다수결로 처리한다. 이것이 입법 독주라면 사실은 국회는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누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홍 후보도 "당연히 협상과 대화를 기본 제1의 수단으로 활용하겠지만 입법 과정에 있어서 여의도에 갇히지 않겠다"며 "국민과 함께 입법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박범계 후보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를 밝힌 점을 언급하며 "한 번 행사하면 국민은 대통령의 고육지책으로 이해하겠지만 다섯 번 행사하면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포기했다는 신호다. 다섯 번 행사하시라. 우리는 여섯 번 일곱 번 계속해서 민생 입법으로 강력하게 저항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운동은 오는 27일까지며 28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자를 선출하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