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에 "살상무기 제공할 때라면 외면 않을 것"
대만해협 평화 중요성 재강조, 北과 비핵화 협상에 "비현실적"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 유출 사태에도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또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등에 관해 한미 간 공통된 입장을 강조하는 등 동맹 강화를 위한 분위기 고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미국 N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가 25일 공개됐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자유와 같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밀유출 문제가) 한미동맹을 지탱하는 철통 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가 최근 유출 문제로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출된 기밀 문건에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에 대화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관련 대화가 포함되면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도청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과 관련해서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요구가 강력하다면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군사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조에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파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인도적 지원에 방점을 두면서도 군사적 지원의 여지를 확실히 남긴 셈이다. 실제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방침을 묻는 말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 관련 발언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포기 없이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국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온 것에 북한과 빠른 거래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중요한 건 북한이 결코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 억제'와 관련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핵자산 운영에 참여하거나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는 방식의 핵우산 강화방안을 담아 추진 중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 및 참배를 했다. 이 묘지는 국립현충원처럼 남북전쟁, 제 1·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참전용사 약 21만5000여 명이 잠들어 있는 미국 최대 국립묘지 중 하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시실에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영어로 적힌 기념패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1864년부터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미군 용사들이 안장된 미국인들의 성지 알링턴 국립묘지에 서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곳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분들도 다수 안장돼 있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미군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