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협의그룹' 신설, 전략자산 전개 확대 등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한국과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면서 '확장 억제'를 비롯한 '핵우산', '전략자산' 등의 관련 용어의 의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핵'을 처음 명문화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핵 공격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우리도 핵으로 응수하는 핵우산을 확실히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신설을 핵심으로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SSBN)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훈련·정보 공유 강화도 포함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억제'에 방점이 찍힌 개념이다. '억제(deterrence)'는 상대에게 어떠한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이 초래할 비용이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그 행동을 단념시키는 것으로, '확장억제'는 이 '억제력'을 동맹국에 확대해 동맹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자신의 군사력으로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주로 핵보유국에 의해 동맹국에 대한 다른 핵보유국의 핵 공격이 억제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용어로 발전됐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핵전략가들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반영됐다.
'확장억제'가 상대의 공격을 단지 핵무기만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 나아가 정치,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억제한다면 '핵우산(nuclear umbrella)'은 더 포괄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핵우산은 핵무기가 가진 파괴력이 주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국이 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개념이다. 한국·일본 등이 핵 개발을 하지 않는 대가로 미국의 유사시 핵전력을 제공하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 1978년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처음 명문화했다. 이는 당시 미국은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독자 개발을 막으려고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한 것인데 이번 '워싱턴 선언'에 '확장억제'를 명문화한 것 역시 미국이 한국 자체 핵 개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전략자산은 동맹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를 지칭한다. 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무기체계로 전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 전략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의 현존 3대 전략폭격기인 'B-52H, B-1B,·B-2'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스텔스 성능을 고도화한 미래형 디지털 전략폭격기 B-21이 공개됐다. B-1B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지만, 전략폭격기 중 60톤에 가까운 무장을 퍼부을 수 있다.
항공모함의 경우에는 자체 함선만이 아니라 항모타격전단(CSG)으로 운용한다. 항모전단에는 함재기 90여 대를 싣는 항모 1척에 이지스 전투함정 3∼4척, 2척 이상의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 군수지원함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워싱턴 선언'을 통해 전략핵잠수함, SSBN(Ship Submersible Ballistic Missile Nuclear)을 한반도 해역에 상시 전개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된다. SSBN은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으로 SSBN이 탑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은 향후 이 SSBN의 한국 기항을 예고하며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강조했다. 미국 측은 SSBN의 한국 기항이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자산 전개 확대를 강조하며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미국의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에는 선을 그었다. 전술핵은 전략핵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전략핵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RBM)이나 전략폭격기로 운용돼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목표를 공격하는 수십 킬로톤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1950년대부터 구소련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이 배치됐다. 하지만 1991년 미소 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조약'을 계기로 완전히 철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