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산업··과학기술·문화·정보동맹으로 발전"
"워싱턴 선언, 안보동맹 '핵기반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70년 역사는 그냥 주어진 결과가 아니다"며 "국가 관계에 있어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아는 게 있어야 국격이 있고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자리 잡고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과가 없다고 지적을 받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5박 7일간 방미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외교관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고 긴밀한 관계가 바로 동맹이다. 그것도 세계 최강 국가와 70년간 동맹을 맺어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6분여 동안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이 동맹으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점을 거듭 강조하고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방미를 야권에서 '저자세 외교' '퍼주기 외교'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동맹이 70년간 이어져 오는 동안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발전해 온 우리의 역사, 또 우리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미국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강력한 동맹으로 지원해서 만들어진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된다"며 "지난주 미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갖고 오는 길에 동행해 준 미국과 미국 국민에게 우리 국민을 대표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이제 한미동맹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양국 국민과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와 성과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고 동맹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고 양국 국민들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안보·산업··과학기술·문화·정보동맹으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하며 "이들 5개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고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 구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워싱턴 선언'을 통해 확장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미 정상 간 확장억제의 추진 방안을 적시한 것으로 한국형 확장억제의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며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은 한미 간에 일대일 관계로 더 자주 만나 더 깊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나토의 핵기획그룹(NPG)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막강한 전략자산들이 대한민국 인근에 정례적으로 가동 배치돼 압도적인 응징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상대의 선의의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 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계획, 공동 실행 과정에서 워싱턴 선언을 잘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내용을 잘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 선언'이 한미 과학기술 동맹 강화로 이어지는 데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핵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한미 안보동맹은 공급망과 산업동맹 과학기술동맹으로 이제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청정수소, AI, 양자, SMR(소형 모듈 원전) 등 신흥 기술 분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핵심 원천기술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영역을 사이버 공간과 우주 공간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한 점에 대해서도 "한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채택한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는 한미 양국 간 정보의 공유를 포함한 사이버 안보 기술 정책 전략에서 협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과기정통부와 미국 NASA(미 우주항공국)가 채택한 공동성명은 양국의 우주 협력을 우주 동맹 수준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미국 주요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총 59억 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 결정 △양국 기업, 기관 간 50건의 MOU(양해각서) 체결 △넷플릭스의 K-콘텐츠 25억 달러 투자 △ '한미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 설립 및 청년 교류를 위한 양국의 6000만 달러 공동 기금 설립 등 방미 중 체결한 성과들을 나열했다. 그러나 방미 전부터 핵심적 성과로 얻어와야 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의 '빈손' 결과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께서는 안보에서 산업,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한미동맹이 청년 미래세대에 더 큰 기회의 플랫폼이 되도록 면밀한 후속 조치를 취해주길 당부한다"며 "모두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자유와 혁신이 넘치는 더욱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