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K-컬처 붐 확산 현상, 전략일까 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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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K-컬처 붐 확산 현상, 전략일까 운일까?
  • 이인구 선문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3.05.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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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위해 인성 교육·스토리 텔링 등 철저한 계획 필요
이인구 선문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경영학과 교수

이인구 선문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경영학과 교수  |  최근 수년 새 한국 문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K-컬처'라는 용어가 매스컴은 물론 여러 곳에서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K-팝·K-필름 등 'K-시리즈'로 대표되는 다양한 문화 상품의 범주들이 세계화의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 쯤에서 용어 하나는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1990년대 이후에 드라마와 아이돌 중심의 한국 대중 음악이 K-팝으로 불리며 중화권 국가와 일본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등 선호 현상이 일어났고, 이를 부르는 용어로 꽤 오랜 기간 한류라는 단어가 자리잡게 됐다. '한류(韓流)'라는 용어의 유래에 대한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이는 1990년대 중반 중화권에서 경제 또는 문화에 관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후 'Korean wave'란 용어로 아시아권 이외에도 부분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적으로는 중화권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으로 상품범주로는 음악이나 영상분야로 국한되는 제한적인 느낌을 주는 용어로 바람직한 단어는 아닌 듯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K-Culture'라는 보다 적합한 용어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이제 'K-컬처'는 한국을 뜻하는 'K'라는 접두사에 상품 카테고리를 뜻하는 단어를 결합하면서 'K-엔터테인먼트'에 속하는 △K-팝 △K-댄스 △K-뮤직 △K-드라마 △K-필름 △K-예능 △K-웹툰 △K-애니메이션 △K-공연 △K-게임 등 무형 상품 분야와 'K-문화 상품'에 속하는 △K-푸드 △K-패션 △K-테마 파크 △K-관광 △K-놀이 공원 △K-쇼핑 등 유형 상품 분야가 골고루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K-컬처의 확산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 문화 상품의 해외 진출은 일제 강점기 한국 가수의 일본 진출을 의미하기도 하고, 195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걸그룹 김시스터즈, 1959년 유럽에 진출한 릴리화(한국명 최정환)를 효시로 꼽는다. 이후 시대별로 여러 나라에 개별적으로 진출하여 성과를 거둔 여러 연예인을 언급하곤 한다. 그러나 한류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 상품이 해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처음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가요에서 보완되고 이어서 드라마를 통하여 다시 확인시키는 상호 보완 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겨울연가'·'대장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한류 1기 아이돌로 HOT·NRG,·강타·장나라·클론 등이 중화권 국가와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한류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JYP·YG엔터테인먼트·DSP 미디어 등은 남녀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이들 개별 그룹들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특별한 인기를 얻는 모습으로 한류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후 빅뱅의 음악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박을 치며 한류라는 제한적인 선호 현상이 한류의 세계화라는 위치로 도약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명실공히 K-컬처라는 용어가 어울리게 된 한국 문화 상품의 세계화 현상은 BTS와 블랙핑크에서 정점의 위치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신생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회사(현 하이브)에서 2013년에 데뷔해 2017년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한 BTS와 YG엔터테인먼트에서 2016년에 데뷔해 2018년에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K-필름 분야에서는 기생충(2019)·미나리(2021)·오징어 게임(2021)·더 글로리(2022) 등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한국 문화 상품의 위상을 높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K-컬처 현상은 전략일까, 운일까? 그동안 하드 파워 중심의 성장으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가 이제 하버드대학교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말한 소프트파워 중심의 성장 궤도로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한류라 불리던 시기의 성장과 K-컬처로 불리는 현 시점에서의 성장은 전략적으로 분명히 달라야 한다.

과거의 성공이 우연에 가까운 기획사 중심의 전략이었다면 현 시점의 전략도 팬 클럽으로 대표되는 청중과의 소통이 강화된 고객과의 거리가 다소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좀더 면밀히 분석한다면 첫째로 수익 창출을 제1 목표로 청중이 아닌 기획사 입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마케팅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둘째, 14억 인구를 수요로 오해하고 중국 시장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경제 체제가 다른 중국은 불법 유통·복제 등 선진 자유 경제 시스템과는 너무 거리가 먼 국가 통제 시장이었다. 문화적 가치의 발달과 경제 발전 단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리슨·헌팅턴 교수의 지적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제작과 행사 실천에서 청중·고객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일방적인 기획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정부와 행정 시스템의 지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또한 IT강국으로서 정보통신 기술을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했다. 다소 보완된 점이 있다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커버 영상 욕구를 자극하는 포인트 삽입, 유튜브에서 크게 화제가 된 싸이, 틱톡에서 화제를 바탕으로 빌보드에 진입한 피프티피프티 등이 있다. 둘째 청중·고객과의 소통에 진정성을 보인 BTS, 카리스마와 압도적 퍼포먼스, 능숙한 언어구사 등으로 세계적인 셀럽의 위치에 오른 블랙핑크 등이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메타버스의 활용 등 최신 IT기술을 이용한 신시장과 새로운 장르의 개척 등이 돋보인다. 넷째 외형적으로 BTS 멤버에게서 보여지는 소통·감성·인성·겸손·스토리 텔링 등이 청중·고객에 한층 다가선 모습이다. 아울러 '차이나 런'으로 불리는 중국인 멤버의 이탈이 자주 발생하면서 멤버구성이 일본·태국 등 다른 나라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K-컬쳐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한류는 운 중심의 전략에서 고객에게 다가선 기업 중심의 전략으로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개별적인 현상이지 전반적인 흐름으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앞으로 K-컬쳐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요구될까. 운이나 우연 보다는 치밀한 계획에 바탕을 둔 전략을 짜야 한다. 

청중·고객의 엔터테인먼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라. 엔터테인먼트 욕구는 휴식이나 감각적 기쁨 같은 스트레스 해소 욕구와 이벤트 참여와 같은 일상 탈출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분전환 욕구로 나뉜다. 세이어 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욕구는 기본적 욕구가 아닌 상위욕구이므로 자극·전환·포착 등 3T 같은 즉시성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컨텐츠·구성·스토리 텔링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라. 진정성을 갖고 고객에게 다가가고 공감 능력을 키워라.

인간다움을 가르쳐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인성·윤리·도덕·겸손·감사·에티켓·배려 등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을 갖추도록 해야 롱런이 가능하다.

정치·행정 측면에서 간섭을 배제하고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군입대로 인한 BTS의 공백은 어떤 측면에서 설명해야 하나. 일반인과의 형평성, 스포츠나 다른 문화 분야와의 형평성 어느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를 누가 판단해야 하는가? 

이 외에도 무역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은지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출 규모 면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도 비중이 높은 성장 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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