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원료의약품 의존도 높은 韓… 美기준 충족 위해 의존 줄여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각광 받는 인도와의 협력을 밝힌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K-9 자주포 등 방산 분야 △디지털·바이오헬스·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에서 활동 중인 우리 기업에 합당한 관세 부과 기준이 적용되도록 모디 총리의 관심을 요청한 상태다.
양국 정상이 언급한 ‘바이오헬스’의 세부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2019년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이를 의약·의료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산업은 정부가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꼽은 분야로, 이와 관련된 민간 무역 활동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도가 ‘제 2의 중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다만 여기에는 긍정적‧부정적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인도와의 협력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그간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UN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14억 2577만명으로, 중국 본토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도는 특정 진영에 치우지지 않는 비동맹 기조를 유지하는 국가로. 반한 정서에 휩싸인 중국에 비해 현지 진출 리스크가 적은 국가다. 제약업계서도 대웅제약과 동아 ST 등은 인도 현지에 R&D센터와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인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일단 소수 품목이라도 국내 의약품이 현지 정착에 성공할 경우, 어마어마한 인구에서 비롯된 높은 구매력을 기대할 수 있다.
원료의약품 수입 측면에서도 기대가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제약기업들의 원료 DMF 국가를 조사한 결과, 2011~2020년 동안 한국산이 약 21.6%인데 반해 인도가 34.2%, 중국이 23.1%로 나타났다. 사실상 절반 이상이 인도-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패권주의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의료체계에 영향력을 행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G7 정상회의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사들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인도 쪽으로 더 기울 수 밖에 없다.
다만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도 제네릭 의약품을 인도와 중국 등 저비용 국가의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는데, 백악관 측은 해당 의약품에선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 리콜 및 의약품 부족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의약품 무기화’를 겨냥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미국 내 우선 제조”를 명령한 상태다. 미국의 예상대로, 향후 팬데믹 등 비상사태로 인도가 원료의약품 수출을 제한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 및 의료현장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인도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내와 유사해 글로벌 시장에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최대 캐시카우이자 글로벌 의약품 부족 사태를 책임질 산업은 타 사의 의약품을 대신 제조하는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다. 국내도 삼성, 롯데, CJ를 비롯해 전통 제약사도 관련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의하면 인도는 2021년 기준 110만 리터의 의약품 생산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서 인도의 역량을 따라잡을 만한 기업은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 뿐으로, 후발 기업들은 웬만한 생산력으론 인도 기업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인도 제품은 안전성 우려도 있고 미국의 견제도 받고 있지만, 원료의약품 강국에다가 GMP 시설까지 갖췄고 인건비‧생산비까지 저렴한 만큼, 조만간 세계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생산 주도권을 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최대 바이오시밀러기업인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비아트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인수했다. 바이오콘은 단번에 FDA 허가된 4개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미국 내 강자로 부상했다. 미국 화이자 7개, 한국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암젠이 각각 5개를, 인도 바이오콘, 스위스 산도스, 한국 셀트리온이 각각 4개 순으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상태다.
국내 S사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5년 내 미국산 원료의약품을 25%로 늘린다고 발표한 상태다. 제약산업의 정점은 미국인 만큼, 미국의 기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인도산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점점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