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금융권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기를 저울질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부터 약 1조50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했다. 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가 연초부터 발행계획을 내놨다.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신종자본증권 증액 발행소식이 이어졌다. 지난 24일 농협금융은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계획했던 2700억원에서 1300억원을 증액한 규모다. 조달한 액수는 운영자금으로 1810억원, 채무상환자금으로 2190억원을 사용한다. 같은날 우리금융 역시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했다. 농협과 마찬가지로 2700억원에서 1300억원을 증액했다. 청약일은 이달 31일이다.
지난 11일 신한금융은 3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50억원은 운영자금, 18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하나금융은 27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전했다.
지방 금융지주 역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총 10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이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은 자본 여력을 키워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악재에 대비한다는 의도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영구채다. 콜옵션을 통해 5년 또는 10년 만에 조기상환하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다.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일종의 약정이다. 특성이 채권에 가깝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여유 자본이 많을수록 손실 흡수 능력은 좋아진다.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까지 높게 관리할 수 있다. BIS 비율은 위험 자산 감당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국내 8대 금융지주의 BIS 비율은 평균 15.17%다. 국제 기준(8%)과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0.5%)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수익성이 개선돼 자본 적립 여력이 생긴 와중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건전성 관리 수준을 높였다.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는 내년 5월부터 1% 수준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쌓아야 한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수준을 1%로 상향키로 의결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회원국에 권고한 규제로, 경기가 호황일 때 은행에 위험가중자산의 최대 2.5%까지 보통주 자본을 추가 적립토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으로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한 국내 은행권이 탄탄한 건전성으로 대내외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