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인 박찬진 사무총장과 차관급인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들은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2022년, 2018년에 각각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박 사무총장의 경우, 광주 남구청 9급 공무원이던 딸이 22년 1월 전남선관위가 실시한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9급으로 합격선을 넘었다.
앞서 송 사무차장 딸은 2018년 충북 단양 선관위 경력직 공모에 채용된 과정에서 '사무차장이 직접 인사 담당관에게 전화해 자녀를 소개ㆍ추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채용 과정에서 '아빠 동료'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해당 인사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가 될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무총장의 경우 6급 이하 직원 채용에 전결권을 갖고 있으니 문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선관위내 이 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은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2020년 선관위에 경력 채용된 뒤 6개월 만에 승진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른바 '바구니 투표'와 관련해 관리 부실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의혹이 넘치는 선관위 경력 채용은 2018년 26명에서 작년 75명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반면 공개 채용은 같은 기간 110명에서 77명으로 줄었다.
이뿐 아니다. '아빠 찬스'의 핵심 당사자인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이 수사 대상이 되긴 했지만 31일 두 사람에 대해 자진 사퇴 형식인 '의원면직'이 결정됐다.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선관위 공무원이 감사원과 검찰, 경찰의 조사나 수사를 받아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퇴직을 제한할 수 있고, 징계 결과에 따라 공무원연금이 삭감된다. 결과적으로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린 것이다.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에게 '명예로운 퇴직(?)'을 허용한 중앙선관위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명명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잠잠하다. 공정함에 민감한 청년들이 '아빠 찬스'에 분노했을 법한데도, 이젠 침묵하고 있다.
지칠 법도 하다. 시쳇말로 대한민국을 '헬한국'이 아닌 '헬조선'이라 함은 우리 사회가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 사회로 회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신분제 사회에서 침묵속 청년들은 출산율 0.78로 이 사회에 대응하는 듯 하다.
필자는 걱정한다. 생존 난이도 극상의 한국의 청년들이 부정함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고 소리 내지 않는 것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