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간 과도한 금리 인상에 따른 정책적 오류나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이미 1분기에 경기 침체에 진입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8회 연속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4.0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다음 달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독일에서 2년물 및 10년물 국채간 금리 역전은 미국 은행권 불안 촉발 직전이던 3월 초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던 캐나다와 호주는 지난주 금리 인상을 재개했으며, 이들의 장단기 금리는 이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에도 과도한 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제에 타격이 생기고 서둘러 정책 수정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ECB가 이번 세기 들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도에 멈춘 사례가 2번이나 있는 만큼 그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는 ECB의 정책 오류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찍 긴축에 들어갔던 뉴질랜드가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도 그러한 위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최근 발표되는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디고 있지만 힘이 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5월 소매 판매는 시장 예상치를 깨고 전월보다 0.3% 증가했지만, 4월(0.4%)보다는 증가폭이 둔화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9로 7개월 연속 수축 국면에 머물렀고, 미국의 지난주(6월 4∼1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윌콕스는 4월 3.4%였던 실업률이 지난달 3.7%로 오른 데 대해 “상전벽해가 진행 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GAM 인베스트먼트의 찰스 헵워스는 “경제가 약해지거나 이미 침체에 진입했더라도, 현재 중앙은행들은 더 높은 금리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책적 오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HSBC 자산운용의 글로벌 수석전략가인 조지프 리틀은 “현시점에서의 위험은 ECB가 느리게 움직이고 시차가 있는 경제지표에 집중하다가 몽유병처럼 과도한 긴축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