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핵심 생산거점‧시장으로 부상한 베트남 투자 가속
韓-베트남 기업, 공급망‧미래 산업 공조 등 협업 고도화 전망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SK·현대차·LG 등 4대그룹 총수가 베트남서 현장 경영을 펼친다. 이들은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한 베트남에서 투자 계획과 미래 사업을 점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해 오는 22~24일 베트남을 방문한다.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한 이후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베트남 방문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건 현지 투자와 협업 확대, 비지니스 발굴 등에 관한 발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주요 생산 거점이자 수요 시장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깜짝 투자'를 점치기도 한다. 미·중 갈등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중국의 대체지로 베트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6개월 전에도 베트남 하노이 소재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해외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건 베트남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은 베트남에 총 7개의 생산·판매 법인을 보유하고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TV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 삼성의 주요 제품들이 현지에서 제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현지 투자액만 20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최 회장은 2021년 12월 브엉딘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등 정부 인사들을 만나 탄소 감축을 위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K그룹의 2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지난해 8월 베트남 빈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빈그룹은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이다. SKIET는 빈그룹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 VinES(빈이에스)와 분리막 우선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한 달 만에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을 정식 출하했다. SKIET가 공급하는 분리막은 빈이에스가 베트남 현지 공장서 생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가 베트남에서 토요타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현지 마케팅 등 사업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베트남 시장에서 토요타에 월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앞서 현대차는 2017년 탄콩그룹과 닌빈성에 합작 생산법인(현대탄콩)을 설립했다. 합작사 설립 2년 만인 2019년에 현지 판매 7만9328대를 기록하며 토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현대탄콩 2공장을 준공, 베트남에서 연산 15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LG 역시 LG전자 베트남 R&D센터를 공식 법인으로 승격하며 현지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마트폰 생산 허브 건설 등을 위해 베트남에 40억달러(약 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는 현재 생산법인 7개를 포함해 총 12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사절단은 공급망 협력과 미래 산업 분야 공조 등 차세대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은 4대그룹 총수를 포함해 총 205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민간대표단 19명은 20~21일 파리 BIE 총회와 리셉션 등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힘을 보탠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