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국 출마' 최대 변수 부상
'내로남불' 구도 형성, 중도층 이탈 부를 수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벌써 '프레임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자연스럽게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야당 심판론'으로 프레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당 혁신기구를 출범시키며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정권 심판론'에 화력을 더하고 있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로 또다시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역공당할 변수가 남아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7개월 동안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정부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에 더 많이 향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안정론)'는 의견은 지난해 12월 36%에서 42%(3월), 36%(4월), 37%(5월), 37%(6월)로 조사됐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권 심판론)'는 의견은 같은 기간 '49%→44%→50%→49%→49%'를 기록했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49%가 야당 승리를 원했고, 여당 승리는 22%에 그쳤으며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는 '제3지대' 창당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총선 스윙보터 역할을 할 무당층은 현재까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정부 안정론'을 크게 앞서는 상황은 사실상 정부·여당에 총선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서울과 인천·경기의 '정권 심판론' 여론은 51%에 달했다. '정부 안정론'은 각각 38%와 35%에 그쳤다(5월30일~6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응답률 10.4%, 표본오차 95%±3.1%p,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정권 심판론' 굳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일 당 쇄신을 이끌 혁신기구를 출범시키며 국민의힘과의 혁신 경쟁에 나섰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첫 일성으로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기득권을 타파한 민주 정당, 개혁정당의 모습을 찾도록 하겠다"며 전면적 혁신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혁신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등을 포기한 '5포 정권'이라고 맹폭했다. 민주당의 혁신 의지와 현 정부의 실정을 대조시키며 '정권 심판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화력을 집중하는 부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윤 대통령의 이른바 '물수능' 발언 논란이다. 현시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먹거리와 대학 입시 문제가 민심 이반의 핵심 고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사법 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당당하지 못한 처사이자 비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국들과 연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방류금지 임시 조치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보유 논란' 등은 그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뒤집을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여기에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가 최대 변수로 부상한 점 역시 부담이다.
조 전 장관의 출마는 민주당의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19년 '조국 사태'에서 붕괴된 중도층 지지가 결국은 지난 대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겨우 '조국의 강'을 건넌 줄 알았더니 이제는 '조국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또다시 '조국의 늪' 빠진다면 지금의 우세한 '정권 심판론' 프레임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내로남불' '조국 심판론'이 부각될 수 있다. '조국 심판론'은 '야당 심판론'의 다른 이름으로 총선판을 충분히 흔들 수 있다.
대표적 비이재명계 인사인 조응천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출마 자체를 접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우려의 연장선 위에 있다. 조 의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 공천은 윤 정부 심판이라는 프레임을 야당 심판으로 바꾸기 때문에 총선 패배를 자초할 것"이라며 "중도층이 확 돌 것이다. 출마 자체로 민주당에 큰 부담일 거다.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출마는 접으시는 게 좋다. 우리가 대선을 왜 졌느냐"고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조 전 장관의 출마가 '프레임 전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조나땡(조국 나오면 땡큐)'를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등장하면 그 자체로 다시 한번 '내로남불' 대 '공정'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지역구가) 경남 양산, 부산 사상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언급되는 곳의 의원이나 후보들은 제발 내 지역구로 오라고 아마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은 정부·여당의 ‘정권 안정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격돌하는 민심의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정쟁과 막말이 아닌 민생과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하고 소신 있는 일꾼을 선출하는 정책 경쟁의 장이 되리라 예측하고 있다.“내년까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민생과 국가적 경제 대책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 지역에서 신망 있고 도덕적으로 검증된 인물을 선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흘러 내려온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즉 국민을 기만하거나 선동하는 행태로 선거에 임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여야는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