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가계대출 늘거나 부동산 오를 상황 아니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리인하 및 부동산 시장 회복 전망이 겹치면서 급전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추가 긴축을 시사한 미국 연준의 입장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도 바뀌지 않았다. 마치 정상화를 염두한 것처럼 대출이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162억원을 기록했다. 전달인 5월 말(677조6122억원)보다 6040억원 불어난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증가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지난 5월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677조4691억원) 대비 1431억원 증가했다.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세부적으로는 22일까지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510조1596억원)이 4834억원 늘었다.
작년 말 이후 높은 금리 탓에 줄곧 뒷걸음치던 신용대출 잔액(109조7766억원)도 1035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범위를 넓혀 예금은행 기준으로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전달 대비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5월 증가 폭은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현 대출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미국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시장 금리는 고개를 들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시중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30∼6.985%다. 전달 12일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는 0.350%p 올랐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390%p 높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최저 수준이 0.140%p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와 부동산회복 전망이 가계대출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신중해야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시장 경기 회복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지난 19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통해 “가계대출이 확 늘어난다, 부동산이 살아난다고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금방 가계대출이 늘거나 부동산(가격)이 오르거나 할 상황은 아니고, 좀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가계대출 반등 조짐에 대한 걱정과 경고가 나온다. 지난 21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8.1로 작년 4분기(46.0)보다 상승했다”며 “2007년 4분기 이후 장기 평균(39.4)과 비교해도 높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어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