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등 기술 분야 인력난 ‘심각’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글로벌 기술 패권주의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핵심 기술 중소기업에서 ‘일 할 인재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공계 인재는 보통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의대로 진학해 좀처럼 이직을 하지 않는 의사가 된다. 의사는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데다 사회적 위상이 높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공계의 ‘의대 블랙홀’ 현상은 최근 심화되고 있다. 의대 블랙홀이란 단어 그대로 의대가 이공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뜻이다.
올해 소위 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 11곳에서만 7000여명의 학생이 자퇴했다. 이들 대부분이 의대 진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심지어는 ‘초등 의대반’ 까지 생겼다.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에서 의대 입시에 필요한 수업을 듣는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은 입시전문기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종로학원이 초등학생 학부모 676명과 중학생 학부모 719명 등 1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진로에 대해 88.2%가 이과를 선호했다. 그 중 의학계열이 전공 선호도 1위로 꼽혔다. 이과 희망 학부모가 선호하는 전공은 의·치·약대 등 의학 계열이 49.7%에 달했다.
정부도 이러한 의대 쏠림 현상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인재양성전략회의 등을 통해 △박사후 연구원의 법적 지위 보장 △석박사 연구생 인건비 제도 개선 등 이공계 인재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대학원생이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 일정 비율 이상 인건비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집단 연구비의 일정 비율을 학생 인건비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학생 인건비를 현재 석사 월 220만원, 박사 월 300만원에서 상향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도 도입해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도 확대한다. 신진연구자를 위해 정부 지원 과제도 점차 늘린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의대 쏠림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에 과학기술과 조선업 등 이공계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산업 분야의 구인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마저도 최근 미국·중국·독일 등이 기술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며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력이 기업의 가장 큰 무기가 된 ‘인력 전쟁’에서 중소기업은 소외되는 분위기다.
기술력 확보와 전문 인재가 기업의 경쟁력 그 자체가 된 현 상황에서 이같은 인재 유출은 심각한 문제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선택률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전망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 모처의 중소기업 인사팀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기술력 확보가 기업의 최우선 숙제 중 하나로 떠오르며 연구 전문 인력을 구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지원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 등 연구직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