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 라인 축소 동시에 제네시스 등 고급차 판촉 강화
포스코그룹, 자원 무기화 추세 속 재활용·대체 물질 개발 박차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미-중 무역 갈등과 대중 무역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관련 기업들은 탈 중국 기조를 세워 사업 정비를 분주히 하고 있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대중국 무역 적자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대중 무역 수지는 5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118억달러로 126.92% 늘었다.
대중 무역 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은 대외 부문 부진이 주효했다. 특히 전체 무역 적자 중 중국의 기여도는 2022년 12.8%에서 올해 들어 43.2%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때 중국은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국 상위권을 차지했다. 556억3600만달러로 1위를 찍었던 2018년을 필두로 2019년 289억7400만달러(2위), 2020년 236억8000만달러·2021년 242억8500만달러(3위)이던 때와는 영 딴판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으로 본격 경제 회복이 이뤄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대중 수출량도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 무역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중국이 자립·내수형 경제 구조를 갖춰가고 있어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중국은 세계 무역 5대 강국 중 수출 증가율은 2위에 올랐지만 수입 증가율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동일 산업군 내 비슷하거나 같은 재화의 수출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산업 내 무역' 역시 대중 무역 수지 악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유사 또는 동일 품목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함을 의미한다. 실제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정밀 화학 제품과 무선 통신 부품 등 첨단 중간재·휴대전화·자동차와 같은 고급 소비재 수출량이 늘어 중국 무역은 고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명실상부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한 몫 했다는 것이 무역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 질서에 따라 줄을 서고 있고 있으면서도 혼란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막고자 18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반입할 경우 별도 허가를 받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올해 10월까지 1년간 해당 조처를 미뤘다.
지난 3월에는 자국 반도체법에 의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규제로, 생산 능력 5% 증대 제한을 초과하지 않고 미국 정부 수출 통제를 준수할 경우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 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10월까지 중국 공장으로 자국산 첨단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40%를, 우시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48%를 만든다.
이에 따라 약 1년 4개월 가량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정 개선을 할 수 있게 돼 생산 효율 제고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정부가 한시적인 기간만 부여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 운영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자동차도 중국 사업 재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5개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2021년 제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제5공장 가동을 멈췄다. 하반기 중에는 1개 공장 문을 추가로 닫는다. 2개 공장은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나머지 2개 공장에 대해선 생산 효율화를 도모한다.
이에 따라 13개에 달하던 기존 판매 차종은 제네시스·팰리세이드 등 고급·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포함한 8종으로 대폭 줄이는 등 전열 재정비에 나선다. 고성능 N 브랜드도 상하이를 중심으로 판촉을 강화한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핵심 소재 수급 대안 모색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포스코그룹은 자원 개발·해외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리튬(아르헨티나) △니켈(호주·인도네시아) △흑연(탄자니아) 등 2차 전지 소재 원료에 대한 해외자원개발(포스코인터내셔널)부터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부품 생산(포스코퓨처엠)에서 최종 제품에 필요한 철강 소재(포스코) 공급까지 수직 계열화된 밸류 체인을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의 신 배터리 규제 등에 대응하고 공급원 다양화를 위한 폐전지 스크랩을 재활용(포스코HY클린메탈)해 니켈·리튬·코발트·망간 등을 회수하는 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원료 광물 직접 투자·재활용를 통해 2030년까지 리튬 30만톤, 니켈 22만톤을 자체 공급해 양극재 61만톤과 음극재 33만톤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