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다만 챙겨야 할 이슈도 있다. 기존 자산 시장 둔화로 사회 구조 변화와 산업 발전 수혜를 누릴 새로운 투자자산은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주요 키워드 6가지를 정리해 13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오피스 거래 절벽 △미국 금리 인상 재개 촉각 △새로운 투자자산의 부상 △공실 없는 오피스 시장, 언제까지? △돌아온 외국인, 살아난 호텔 △코리빙에 쏠리는 관심 등 6가지 등이다.
◇오피스 거래 절벽
하반기 오피스 빌딩은 거래 규모 급감이 불가피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등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매입 비용 대비 임대순수익을 의미하는 캡레이트(Cap rate)와 국고채 금리와의 스프레드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250~300bp(1bp는 0.01%포인트)였지만, 올해 1분기는 100bp 미만이다. 당분간 캡레이트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캡레이트는 올랐지만, 대출 금리보단 여전히 낮다. 빌딩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분당권역 오피스 빌딩 총 거래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전분기의 40% 수준에 그쳤다. 최근 5년간 1분기 거래액 중에서도 가장 저조하다.
알스퀘어는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매수인을 위해 매도인은 매매가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정수익률 확보를 위해 매수인도 임대료를 높여 가치 증대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 재개 촉각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진정되며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재개됐지만, 여전히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만한 상황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인상한 기준금리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0~5.25%로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다고 보기에는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를 보면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5.6%를 기록했다. 지난 5월보다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FOMC 이후 의회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로 되돌리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알스퀘어는 “2분기에 거래가 이어졌고, 금리 역시 이전처럼 가파르게 오르지 않아 조금씩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다만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상업용 부동산의 특성상 완전히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투자자산의 부상
오피스와 물류센터, 리테일(상업시설) 등 기존 부동산 시장의 둔화로 새로운 투자자산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 발전과 사회구조 변화로 필요한 공간을 개발∙운영하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 업계도 선제적으로 시장 파악에 나서는 것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 센터 개발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147개, 전력수요는 1762MW다.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는 637개, 전력 수요는 4만1467M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년 인구 증가로 노인 주거복지시설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진다. 최근 대형건설사는 서울 강서구 마곡에 노인복지주택을 분양했다. 부산과 경기도 의왕 등에도 대형 시니어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은 2017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실 없는 오피스 시장, 언제까지?
서울 도심(CBD)과 강남(GBD), 여의도권역(YBD)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모두 자연공실률을 밑돈다. 대형 면적 사무실을 찾는 기업은 강남, 여의도 등 주요 권역을 떠나 신도림이나 구로 사무실까지 찾고 있다. 경기 둔화에도 주요 오피스 빌딩에 빈 사무실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 경기 둔화의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다. 월 수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도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투자시장 경색으로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강남 대형 사무실에서 면적을 좁혀 이동한 사례도 있다.
◇돌아온 외국인, 살아난 호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호텔은 투자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상품이었다. 호텔 본연의 가치를 살리기보다 용도변경을 통해 오피스로 전환하기 위한 매매 사례가 잇따랐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최근 호텔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은 171만명으로, 전분기보다 16.2%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분기(384만명)와 비교하면 아직 44.6% 수준이지만, 중국 노동절 연휴와 베트남 통일절∙노동절 연휴 등으로 추후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 한 호텔의 경우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해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당분간 호텔로 운영하다 추후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호텔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리빙’에 쏠리는 관심
코리빙(Co-Liv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리빙은 일종의 공유 하우스로, 양호한 주거 환경과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장점을 갖춰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다. 앞으로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기업과 프롭테크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디앤디는 서울 서초, 신촌, 성수, 강남, 수유 등 6개 지점에서 3800가구를 코리빙 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2026년까지 서울에 5만 세대의 주거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자회사 코람코에너지리츠도 최근 서울지하철3호선 안국역 앞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 부지를 코리빙하우스로 개발 중이다.
공유하우스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는 지난 2월 12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공유하우스 기업 홈즈컴퍼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ICG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최대 300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