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겠나"라고 말했다. 징계 4일 만에 '침묵'을 깨고 작심 비판의 포문을 열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상 내년 총선까지 손발이 묶였지만 당을 겨냥한 쓴소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잡범 취급한 건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시장은 "내가 일찍이 정치판은 하이에나 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과 같다고 했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자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며 "사자는 하이에나 떼들에게 물어 뜯겨도 절대 죽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홍 시장은 지난 21대 총선 참패 당시 황교안 대표를 언급하며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년)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며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다. 그런 게 정치"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6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전국적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홍 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홍 시장은 징계가 결정된 당일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적었다. 또 같은 날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는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며 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지난 27일에는 사자성어 '천의무봉(선녀가 옷을 지은 듯 마음대로 해도 흠잡을 곳이 없는 경지)'을 소개하며 "조계종 종정 예하 진제 큰스님이 '평상심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는 인생이 아름답다'며 보내준 반야심경이 새겨진 부채를 받았다. 반야심경 마지막 구절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읊조리면서 평상심을 가지라 하셨다"며 다음 대선까지 '와신상담'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번 징계에도 홍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대표에 대선후보까지 역임한 거물급 인사인 데다가 대구시장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7일 KBS라디오에서 '이번 일이 오히려 홍 시장 존재감을 키워주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 "키워줄 수도 있다"며 "홍 시장이 당원권 징계 10개월 당했다고 해서 기죽을 분도 아니고 스타일상 계속 얘기할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홍 시장이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말한 점에 대해 "3년 동안 대구시장으로서 대구시에 머물면서 대선을 준비한다는 의미 같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일이 또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