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앞세운 美, 지난 1년간 218조원 투자 확보
EU도 반도체지원법 시행…TSMC 공장 獨유치 등 성과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반도체 공급망 전쟁이 '국가대항전'으로 확전하면서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 이어 자국 반도체 육성을 위한 주요국의 지원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쟁은 여러 국가의 참전으로 다자 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반도체 공급난 이후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에 확보해야 한다는 각국 인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발생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경제 안보의 문제로 이어진 셈이다. 반도체 팹(공장) 유치를 위한 각국 정부의 유인책이 유행처럼 번진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 약 70조원의 재정 지원과 투자 세액공제 25% 혜택을 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이달 초 반도체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반도체법 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 1년간 기업들이 460개 이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고, 218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전략도 촘촘히 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U도 지난 4월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약 60조원을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ECA)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현재 9%대인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목표다.
해당 법안의 효력은 곧바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지난 8일 독일에 약 5조원을 투입해 유럽 내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EU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계획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 인텔도 지난 6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공장 확장에 약 4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영국 역시 향후 10년간 약 1조6500억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보조금 경쟁에 가세했다.
일본 역시 반도체 부흥을 노리고 있다. 파격적인 보조금과 원천기술을 축적한 소부장 기업들을 앞세워서다. 특히 일본은 TSMC 공장 유치로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적극 꾀하는 모양새다. TSMC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구마모토현 키쿠요에 약 11조원 규모의 웨이퍼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에 4조원 이상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TSMC는 구마모토현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D램 공장 증설에도 최대 4300억원가량 지원키로 했다.
비교적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마저 글로벌 '반도체 허브' 구축에 강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마이크론뿐 아니라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MD 등 다수 기업이 인도 투자를 결정했다. AMD의 경우 최근 인도 벵갈루루에 약 5100억원을 투입, 대규모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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