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에게 아니, 대한민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지난 12일간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유치한 국제행사 중에 이렇게 확실하게 망한 행사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가 망한 국제행사는 기억이 없다.
이제까지 많은 대규모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보여준 한국의 저력은 이번 대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두 번의 올림픽, 월드컵, 잼버리, 박람회, G20 정상회의 등 수많은 국제행사를 치르며 한국은 언제나 철저한 준비, 능숙한 운영, 그리고 정부와 국민의 헌신적 노력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모든 행사에서 나름대로 장애물이 있었지만 대개 큰 무리 없이 극복해 냈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실패로 이런 인식은 일거에 날아갈 수 있다.
이번 달 초 새만금에 모였던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 4만 3000명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갖게 되었다. ‘Draw Your Dream’이라는 이번 대회 구호대로 꿈을 그리게 되어서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대회 차질로 중도에서 포기하고 철수하는 유례없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큰 기대와 희망을 안고 새만금을 찾았던 이들 청소년은 부적절한 장소 선정, 조직위의 준비 부족 등 내적인 요인에다 기록적인 폭염과 태풍 등 외적인 요인이 겹쳐서 생겨난 대형 사고의 희생자가 되었다.
영국 BBC는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역사상 최악의 잼버리대회다. 우리가 떠나는 것은 날씨 때문만이 아니다. 그늘이 부족하고, 음식, 더러운 화장실, 샤워실 때문이다.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다."라고 보도했다. 어이없게도 이 문제들은 정부가 나서 인력을 동원하고, 각계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해결됐다. 미리 인력과 물자 투입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대한민국이 유치한 국제행사에서 음식, 화장실, 샤워실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우리나라 사람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전 세계에서 방문한 4만 300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스카우트는 1907년 영국 로버트 베이든 파월 경이 다양한 계층의 청소년 20여 명으로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4500만 명이 참여하는 지구촌 최대 청소년 운동이다. 이들이 4년에 한 번 모여 치르는 잼버리는 지구촌 청소년들의 우정과 이해를 위한 축제 한마당이다. 자연 속에서 서로를 배우고 화합하며 내일을 꿈꾸는 기회다.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한 청소년 4만 3000여 명도 많은 꿈과 기억을 안고 귀국했을 것이다. 다만 그 기억이 한국에 대해 어둡고 불쾌한 것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하고 인정해야 한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대한민국이 실패한 1호 국제행사라는 것을.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반성도 도약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우리가 유치한 국제행사에서 음식, 화장실, 샤워실 등의 지적은 가슴 아픈 일이다.